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서는 모습. 여권의 사퇴 압박을 받는 조 대법원장은 이날 열린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헌법은 재판의 독립을 천명하고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

30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사법 개혁 중 하나로 추진 중인 이른바 ‘4심제’와 관련해서도 여야(與野) 간 공방이 오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국정을 장난으로 하느냐”면서 “금융위도 폐지한다 해 놓고 안 하고, 국가수사위원회도 한다 해 놓고 또 포기하고. 대충 던져 놓고 여론 안 좋다 싶으면 철회하고 마음대로 하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관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린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제는 4심제(재판소원 제도 도입)도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주 의원은 “그런데 민주당 의원마다 말이 다 다르다”면서 “제가 아까 (추미애) 법사위원장 말씀 들어보니까 4심제에 찬성하는 것 같은데, 오늘 민주당은 또 당론은 아니라고 한다”고 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들여다보면, 안 그래도 늦는데 얼마나 재판이 최종 마무리되기까지 늦어지겠느냐”면서 “이런 것을 하는 게 아니라 민생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 시작 전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이 지금 대법원을 도륙하고, 이제는 4심제까지 도입하려 한다. 대법원 판결을 헌재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헌재 정도는 주머니에 넣어 놓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대법원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힘을 빼고 한마디로 대법원을 뒤집겠다는 것으로, 국민이 그 의도를 알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을 재판하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선 직전 이재명 대통령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해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에 이어 4심제 도입도 추진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 등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남강호 기자

하지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외치면서 자신을 둘러싼 온갖 의혹에는 떳떳하게 해명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 나오는 게 번거로우면 우리가 직접 가서 ‘알현’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만약 조희대가 사법 쿠데타를 했다면, 세종대왕 시절이었으면 삼족을 멸하는 반역죄 형벌을 받았을 것”이라며 “조희대는 검찰총장 시절의 윤석열과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스스로 결자해지하지 않으면 대법원과 조희대는 윤석열 검찰과 같은 운명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불출석 사유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사실상 4심제인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사법개혁 특위에서 대법관 증원 등과 함께 검토 중이며 최근 당 지도부에 중간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개혁 특위는 여론 추이를 보다 추석 연휴 직후쯤 재판소원 제도 도입안을 발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사법부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끔 내란 척결에 단호하고 공정하게 (나서고), 무엇보다 (재판을) 신속히 처리할 것임을 천명해 달라”고 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가 그간 한 판결이 여지없이 깔끔하게 정리되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은 판결들이 있다”며 “(재판소원 관련) 이슈는 항상 살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이날 “4심제는 아직 당론은 아니지만, 추석 이후 도입 방안을 발표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앞서 판사 출신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지난 29일 김어준씨 유튜브에 나가 “사법부가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면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재판소원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하는 제도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민주당은 여기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되면 헌재 결정에 따라 대법원 확정 판결이 취소될 수 있다. 법조계는 현행 3심제의 틀을 깬 4심제 도입으로 조희대 대법원을 압박하려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