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에서 “대통령이 앞으로 나갈 수 없도록 붙드는 세력이 지금 정부에 있다. 소위 동맹파들이 너무 많다”며 외교안보팀 개편을 주장했다.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지냈고, 현재 민주당 외교안보통일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정청래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참석했다.

정 전 장관은 “이거 미국이 싫어할 텐데요, 미국이 싫어한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 등 좋은 것들을 만들어 놓고 아무것도 못 했다”며 “대통령 주변에 소위 자주파가 있으면 앞으로 나간다. 동맹파가 지근거리에 있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등장한 용어인 자주파는 남북 공조를, 동맹파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정권 내 그룹을 말한다. 현 정부에선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이 자주파로 평가된다. 정 전 장관도 과거 자주파로 분류됐다.

정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남북 관계 해법으로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도 강하게 비판했다. END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약자로 이 대통령은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 공존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핵 동결 조건이나 방법론을 대통령이 말하게 해야지 비핵화 얘길 왜 넣나. 대통령 끝장낼 일 있느냐”고 했다. 북한 당국이 거부하고 있는 비핵화를 대북 정책 구상에 넣은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민주당 의원인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도 “문민 장관을 보내 군인들을 장악하라 했더니 끌려다니면 뭘 하느냐”며 “이렇게 되면 이 대통령은 바보가 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9일 열린 9·19 합의 7주년 행사에서도 안 장관이 군에 끌려다닌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외국 군대 없으면 국방을 못 한다는 인식을 질타한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며 자주국방을 강조한 이 대통령의 최근 페이스북 글을 거론하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과 관련해 군대에서 저항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자주파 진영에선 그간 주한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야 한국군이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고, 남북 대결 구도 해소에 유리하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