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다”라며 ‘내란 청산’ 기조를 재확인했다. 또 계엄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의 사과를 재차 요구하며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 회동에서 공통 대선 공약 추진을 위한 민생경제협의체 구성 등에 합의했지만 하루 만에 대야 공세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내란’을 26번, ‘청산’을 19번 언급했다. 정 대표는 “내란 청산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내란과 절연하라. 내란의 늪에서 빠져나오라”며 “국민에게 ‘우리가 잘못했다’라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자 정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언제까지 내란당의 오명(汚名)을 끌어안고 사시려느냐”며 “이번에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야당으로 하루속히 돌아오라. 극우적 시각의 낡은 과거의 틀을 깨고 나와 민주주의와 손을 잡아 달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리 당에 누구 극우냐”고 항의하며 회의장을 나갔고, 남은 의원들은 “정 대표는 미국도 못 가는 반미 테러리스트 아닌가. 반미 좌파와 절연하라”고 했다. 정 대표의 학생 운동 시절 주한 미국 대사 관저 방화 미수 경력을 언급한 것이다. 지난 2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연설(44분)을 포함해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통상 40분 안팎으로 하는데, 이날 정 대표는 54분간 연설했다.

정 대표는 ‘내란 청산’을 입법으로 뒷받침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계엄 당시) 불법 명령에 저항한 군인들의 정신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군인복무법’을 개정하겠다”면서 “한강 작가의 말처럼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도록 독립기념관법 개정과 민주유공자법 제정으로 독립 정신의 훼손을 막고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도 기억하겠다”고 했다.

지난 8·2 전당대회 당선 일성이었던 검찰·언론·사법 개혁에 대한 추진 의지도 재차 밝혔다. 정 대표는 사법부를 겨냥해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이 (일시) 석방되고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개입 의혹도 있었다”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고 피고인 윤석열의 재판은 침대 축구처럼 느리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많은 국민은 구속 기간 만료로 윤석열이 재석방될지 모른다고 걱정이 많고, 내란 전담 재판부를 만들라는 여론이 높다”고도 했다. 사법 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대법관 증원, 법관 평가제 등을 포함한 법원조직법 등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언론 개혁과 관련해선 “지난 1월 스카이데일리가 1면에 ‘국내 체포 중국 간첩 99명, 한미 부정선거 개입’ 기사를 보도했지만 가짜 뉴스였다”면서 “가짜 정보 근절법,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으로 우리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3대 개혁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은 아느냐”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대구·경북 지역에 특정 세력이 오랫동안 장기 집권하다 보니 여러 소통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있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고인 물은 썩고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는 게 만고의 진리”라고 했다. 이 지역이 텃밭인 국민의힘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정 대표는 “내년 정부 예산안에 역대 최대 규모인 대구 8조원, 경북 12조원대의 국비가 편성됐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만나 ‘더 센’ 3대 특검법, 정부조직법 처리 등을 놓고 논의했다. 전날 대통령이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야당에 더 많이 내주라”고 하자 협의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이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 논란 등) 우려를 제기했고, 그 부분에 대해 당내 의견 수렴 후 수용키로 하면 수정안이 나올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특검법 수정을 조건으로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괄 처리를 제시했다”며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검찰청 폐지, 금융위 개편 등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다만 여야 원내 지도부는 10일 다시 한번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