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하기 전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정 대표와 장 대표가 각각 여야 대표로 취임해 악수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국민의힘에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야당과 대화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정 대표는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때도 광복절 등 공식 석상에서 마주쳐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과의 여야 대표 오찬에서 처음으로 여야 대표가 인사를 나눈 것이다.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회동하는 것은 지난 6월 22일 민주당 김병기 당시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한 지 78일 만이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와 장 대표가 악수하는 중간에 서서 활짝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張 “취임 100일간 대통령보다 특검 더 보였다”
장 대표는 오찬 모두 발언에서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 오늘 이렇게 악수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앞서 정 대표가 “악수는 사람하고 한다”고 했던 발언을 염두에 두고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기 위해 마늘과 쑥을 100일 동안 먹었다는 단군신화를 인용한 것이다.
또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는 특검이 더 많이 보였다”며 “지금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지금 국민은 특검이 아니라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를 하셔야 된다”며 “거부권은 야당의 입법만을 막기 위한 무기는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이런 법안들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제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십사 하는 건의를 드린다”고 했다.
鄭 “오늘의 죄 벌하지 않으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
이에 정청래 대표는 “중요한 국면에 대통령께서 이렇게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특히 장동혁 대표님과 악수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대통령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 이렇게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오늘은 하모니메이커(harmony maker)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의 죄를 벌하지 않는다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며 “프랑스 공화국이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듯이 대한민국도 적어도 내란과 외환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 우리 제도권 정당은 이런 내란 종식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상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특검 연장법이나 특별 재판부 추진에 대해서는 물러설 뜻이 없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李 “野도 중요한 국가 기관...국익에 한 목소리 내자 ”
이 대통령은 “저도 야당 대표를 했다”며 “정치라고 하는 게 어쩔 수 없이 지지 계층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에 야당도 중요한 국가 기관”이라면서 “서로 용인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찾아내고 공통 공약은 과감하게 같이 시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관련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우리가 다투되 국민, 국가 모두의 이익에 관한 것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저는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긴 하지만 이제 국민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야가 국민들이 보시기에 너무 과하게 부딪히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 특정한 이익을 위해 하는지를 걱정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날 오찬에는 정 대표 측에선 한민수 당대표 비서실장,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장 대표 측에서는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과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각각 배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오찬 이후 장 대표와 별도로 단독 회동도 갖는다. 이 대통령이 제1 야당 대표와 단독으로 만나는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단독 회동 자리에는 대통령실에서는 우상호 정무수석이, 국민의힘에서는 박준태 비서실장이 배석한다.
이날 회동에 앞서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그간 여야 대표가 악수하지 않았던 경색 국면을 풀 기회를 맞이했다”고 했다. 또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 지도부와의 대화의 물꼬를 튼 것에 대해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