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에너지부 ‘민감 국가’ 리스트에 한국을 올린 것은 ‘보안’ 문제가 원인이라고 밝혔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핵무장 야욕 때문”이라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술 유출만으로 민감 국가 목록에 동맹인 한국을 넣을 리는 없다며 “미국이 한국 핵무장론에 대한 경고성 조치를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 핵 위협에도 침묵 기조를 보였던 민주당이 북핵 대응 수단으로 거론되는 한국 핵무장에는 격렬히 반대하는 이중 잣대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19일 법사위에서 “자체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보면 반미(反美) 인사”라며 “그것이 한미 동맹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미국 대학에 가서 연설한 윤석열 대통령,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핵무장론을 계속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민감 국가 지정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실성 없는 핵무장론, 동맹국에 통보 없이 선포한 계엄 등 상황이 민감 국가 지정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민주당이 주적인 북한의 핵에 대해선 관대하고 방어책 중 하나인 한국 핵무장론에는 강경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날 법사위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미국에 확인해 보니 핵무장론 때문이 아니라는데 민주당은 계속 정치 이슈로만 공격한다”고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이번 사안은 미 연구소의 어떤 보안 관련 문제”라면서 “있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북한이 핵탄두 제조용 고농축우라늄(HEU) 시설을 공개했는데 5일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정은이 2023년 8월 계룡대 타격을 상정한 훈련에서 “남반부 영토 점령”을 강조하며 도발했을 때도 민주당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당시 국민의힘은 “북한이 우리 국민을 향해 대놓고 핵 위협을 하는데도 민주당은 입을 꾹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북핵 위협과 관련, “매우 압도적으로 북한을 제압할 수 있는데도 계속 억압 쪽으로 가야 하느냐”고도 했다. 김정은이 2022년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다”며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하는 발표를 했는데도 당 차원의 대응을 하지 않은 적도 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이틀이 지나서야 페이스북으로 “북한 입장에 강한 유감”이라며 “추가 위협 행동의 중단과 대화를 위한 해결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 차원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역대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북핵은 자위권 목적으로 우리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한다”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 때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를 고집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센터장은 “핵무장론은 한국뿐 아니라 미 주류 학자와 전직 고위 관리 사이에서도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와 함께 진지하게 거론되는 대책 중 하나”라면서 “대북 확장 억제 정책을 강화 유지하면서도 핵무장론은 충분히 연구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