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5일 대입 정시 모집에 학교 폭력 징계 이력을 반영하고, 기록 보존 기간을 현행 ‘졸업 후 2년’에서 더 늘리기로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교육부와 당정 협의를 한 후 브리핑에서 “학교 폭력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가해 기록을 정시까지 확대 반영해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정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활용하는 수시 모집의 경우 90% 가까운 대학이 학교 폭력을 감점·평가 기준에 포함시키지만,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은 대학의 3%만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 2월 국가수사본부장에서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고교 시절 언어 폭력으로 전학 조치를 받고도 정시 모집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당정이 반영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개최해 적용 시기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당정은 ‘중대한 학교 폭력’의 경우 처벌 기록 보존 기간도 늘리기로 했다. 2012년 학교 폭력으로 받은 처분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제도 도입 당시 최대 10년이었던 보존 기간은 2013년 5년, 2014년 2년으로 줄었다. 소년법상 만 14세 미만은 ‘형사 미성년자’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상황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기록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입시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정순신 변호사 낙마,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드라마의 인기로 학교 폭력에 대한 여론이 민감해지면서 ‘엄벌’로 정책 전환에 나선 것이다. 당정에 따르면 학교 폭력 발생 건수는 2013~2016년 연 2만 건에서 2017년 이후 연 3만 건 이상으로 늘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입장을 내고 “중대한 학교 폭력에 대해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실성과 형평성 등 고려할 문제가 많은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교총은 “어느 수준부터 ‘중대한 학교 폭력’으로 볼 것인지, 진정으로 반성·사과하고 행동을 바꾼 학생에게도 불이익을 줘야 하는지 등 다양한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당정은 이날 회의 후 “학교 폭력 가해 기록이 취업까지 영향을 미치도록 징계 기록 보존 기간을 취업 때까지 늘리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했다. 정부안에 없었지만 여당에서 제기된 의견이라고 한다. 학교 폭력 관련 대국민 여론조사를 해보니 가해자의 취업까지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 감정과 별개로 제도화에 신중해야 의견도 나온다. 교총 김동석 교권정책본부장은 “학교 폭력 근절이라는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학생부 기록을 취업까지 반영하는 것은 실효성이나 다른 법과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공기업을 비롯해 민간 기업에서도 출신 학교, 성별까지 가린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하는 상황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채용 때 범죄경력조회 요구도 조심스러운 상황인데, 공인이 아닌 취업지원자의 고교 시절 학교 폭력까지 체크하자는 것은 탁상공론“이라고 했다. 과도한 대책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장기 과제로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