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월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환영식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안내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18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안보·경제 분야의 성과를 평가하는 동시에 야당이 반일 정서에 기대 트집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침략론자의 발언을 인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똑똑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주말인 이날 논평에서 이번 회담에 대해 “12년 만에 ‘셔틀 외교’를 재개하며 막혔던 한일관계의 물꼬를 트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한일 양국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 국가로 거듭난 것”이라고 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순방이 끝나기도 전에 외교 성과를 몽땅 불살라버렸다.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보를 퍼트리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는 만찬 장소까지 트집을 잡고 있다”면서 “반일 정서에 기댄 선동의 DNA가 몸 밖으로 흘러넘쳐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비판하며 쏟아내고 있는 ‘섬뜩한 말들’은 북한 방송을 연상케 하고 있다”며 “혹시 북한의 눈치를 보며 북한을 대신해서 북한의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확인한 과거와 미래는 모두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정신”이라며 “실제로 기시다 총리는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가 명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그대로 계승한다고 밝혔다”고 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3·1절 기념사에서 ‘프랑스가 독일에 대해 관대하게 손을 잡고 유럽연합의 질서를 만들었던 것처럼 너그러운 이웃으로 일본과 함께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한 발언을 인용, “양국이 지향하는 미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망과 닮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익에는 여야가 없다’라는 말이 정치적인 레토릭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미래세대를 위해 새로운 한일관계를 냉정하게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이에 반발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역사 인식과 정체성을 심각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게이오대학 연설 중 인용한 오카쿠라 텐신은 ‘조선은 원래 일본 영토’라던 한국멸시론자”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떻게 식민지배에 적극 찬동했던 침략론자의 발언을 인용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17일) 방일(訪日) 계기 게이오대학에서 연설하면서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은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 3·1절에도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며 일제 식민지배를 옹호했다”며 “그도 부족해 일본의 청년들 앞에서 식민침략에 찬성하던 침략론자의 발언을 인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침략론자의 말을 인용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윤 대통령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찬동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연일 계속되는 윤 대통령의 대일 굴종외교는 이제 친일외교를 넘어 숭일외교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며 “일본에 국익과 국민 자존을 팔아버린 것도 부족해 조선 총독이라도 자처하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 간부가 지난주 비밀리에 일본을 방문해 자민당 유력자들과 만났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도 정부·여당에 “간부가 누구인지 답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