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현 당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당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최고위원들이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반발 하는 등 실제 비대위 출범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가 끝난 뒤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당이 비상 상황인지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모았다. 비상 상황이라고 하는 의견에 극소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당규 96조에 따르면 비상 상황일 때 비대위를 가동할 수 있다”며 “의원총회는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고, 실제 비대위 발족과 관련된 의결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당헌당규 96조에 따르면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 등을 위해 비대위를 둘 수 있게 돼 있다. 이날 의원총회엔 소속 의원 89명이 참석했으며 현재가 비상 상황이라는 해석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의원은 1명이었다고 양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유일한 반대 의사를 표한 의원은 김웅 의원이었다고 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당이 비상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를 돌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비대위 출범은 출발부터 삐걱댔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 후 전국위 소집을 위한 최고위원회를 열려고 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열지 못했다고 한다. 최고위를 열려면 최소 5명의 최고위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7명의 최고위원 중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이 불참을 통보했고, 친윤계로 꼽히는 조수진 의원마저 “이미 최고위원에서 사퇴했다”며 불참의사를 밝혔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사퇴선언을 한 최고위원을 모아서 표결한다는 것 자체가 지난 1년간 경험해온 논리의 수준”이라며 “그 와중에 숫자 안맞아서 회의를 못 연 것은 양념”이라고 했다.
여기에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이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변수다. 서 의원은 이날 “비대위로 전환하려면 합당한 명분과 당헌당규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비대위로 가면 당헌당규상 해석상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제명되는 셈이나 마찬가지인 이준석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불씨를 안고 가는 것보다는 쉽고 순리적인 방안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비대위 전환과 함께 권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 요구도 제기됐지만 이날 의총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원내대변인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