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0일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잠적했다. 전날 밤 초선 의원 5명과 술을 마시다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며 ‘중대 결심’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올린 데 이어 돌연 외부와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춘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지역에 내려갔다고 한다. 그는 윤석열 후보가 지난 7월 말 입당한 후 윤 후보 측과 적잖은 갈등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선대위 공동 상임 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을 내려놓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의 ‘정치적 태업’을 두고 당내 주류 세력의 ‘이준석 소외시키기’ 때문이란 지적과 함께 당대표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중대 결심’을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전혀 아니라고 본다”며 “선대위를 그만두거나 선거에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날 잡혀 있던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오후가 되도록 당 지도부 인사들의 전화도 받지 않으면서 논란은 커졌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 마포의 한 식당에서 김용판·김승수·엄태영·유상범 등 초선 의원 5명과 술을 마셨고, 그런 가운데 페이스북에 ‘여기까지’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이 대표의 서울 노원구 자택과 그의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권 의원은 기자들에게 “연락이 안 돼 만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 대표의 선대위 복귀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윤 후보 측이 선대위 인선과 관련한 이 대표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는 한 양측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대선을 석 달 앞둔 시점에 당 대표가 대선 후보와 당내 패권을 둘러싸고 정치적 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책임하게 비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