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고인의 재임 시절 참모들은 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북방 외교와 재벌 개혁, 민주화 이행 등에 대해 재평가하며 추모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27일 “노태우 정권은 정치사적으로 대한민국이 산업화 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로 넘어갈 때 가교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집권기는 민주화 요구가 분출하던 시기였다. 노 전 총리는 통화에서 “고인은 민주화라는 새로운 역사로 접어드는 상황을 잘 알고 이를 안착시키기 위해 강한 의지를 갖고 부단히 노력했다”며 고인 재임 시절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서울에서 데모가 참 심했던 날이었는데, 각료 중 한 사람이 대통령에게 ‘명령만 내려주면 데모를 확실히 진압하겠다’고 했다”면서 “다들 대통령 입을 바라보는데, 노 전 대통령이 ‘여보게, 나보고 과거로 돌아가란 말인가’라고 그 각료를 꾸짖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각계의 시위에 유화적인 노 전 대통령을 두고 반대파에선 ‘물태우’라고 조롱했다. 노 전 총리는 “어느 날 대통령이 ‘바깥에서 나보고 물태우, 물통령이라고 한다’며 고민하기에 ‘물통령이란 말이 나오는 건 국민이 그만큼 민주화를 실감하고 있다는 것이니 오히려 칭찬으로 생각하시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허허, 그러느냐”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물’ 같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캐릭터가 유혈 사태 없이 민주화 이행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노태우 정부는 당시 “정치인에 대한 풍자의 자유를 적극 허용한다”고 발표했으며, 13대 총선으로 여소 야대 구도가 형성됐을 때는 야당 대표들과 수시로 영수 회담을 열었다. 박철언 전 정무 제1장관은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6·29 선언으로 민주화의 장정을 시작해 직선 대통령으로서 기본권의 신장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인 빈소를 조문한 뒤 “노 전 대통령은 북방 정책을 표방하며 우리나라 시장을 거대하게 만들어 오늘날 우리가 빠르게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했다”고 했다. 소련 해체기에 발맞춰 추진한 북방 외교가 한국 외교의 지평뿐 아니라 중국 등 경제 시장도 넓혔다는 것이다. 노태우 정부에서 보건사회부 장관 등을 지낸 김 전 위원장은 통화에서 “내가 청와대 경제수석을 할 때 노 전 대통령은 부동산 폭등의 한 원인을 기업의 무분별한 부동산 투기 탓으로 봤다”면서 “주요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강제 매각시키는 ‘5·8 조치’를 단행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