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왼쪽) 전 의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1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의미 등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두 사람은 여야 대선 후보에 대한 정책 검증을 하겠다며 민변 출신인 권경애 변호사와 함께 ‘선후포럼’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금태섭 전 의원 블로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금태섭 전 의원, 권경애 변호사가 6일 “여야 대선 주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를 꼽아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을 벌이겠다”며 ‘선후포럼(SF)’이란 이름의 모임을 결성했다. 세 사람은 모두 진보 진영에 몸담았다가 ‘조국 사태’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선 이른바 ‘탈문(脫文)’ 인사로 꼽힌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에선 “반(反)민주당·비(非)국민의힘 성향의 세 사람이 여야(與野) 어느 한 쪽에 마음을 주지 않는 중도·무당층을 세력화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진·금·권 세 사람은 이날 공동 발표문에서 “이번 대선의 키워드는 ‘변화’가 돼야 한다”면서 “대선 중반전으로 접어든 이 시점까지 시민이 변화의 조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위험 신호”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꼽아보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여야 대선 경선이 네거티브전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고 정책·비전 경쟁으로 끌고 가보겠다는 뜻이다.

권경애 변호사

금 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최근 한 젊은 유권자에게 이번 대선 어떠냐고 물었더니 ‘에일리언 대(對) 프레데터’ ‘악당 대 악당’의 싸움이라 누가 이기든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고 했다”며 “이런 목소리를 담아 우리 정치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 전 교수와 권 변호사도 발표문에서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재집권하면, 지금같이 편 가르기 정치를 하다 나라가 폭망하고, 야당이 이기면 변화하지 못하고 과거에 안주할 것”이라며 “포럼의 목표는 각 대선 캠프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도록 견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여야 대선 주자 공약을 전문가와 함께 평가해 그 결과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권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여야 대선 주자들이 지금 하는 것을 보면 다들 ‘과거’에 얽매여 헐뜯기만 하고 ‘쟤가 나보다 못하다’고 하면서 우위를 차지하려 한다”며 “이러는 사이 유권자는 어떤 주자의 정책이 더 합리적인지 판단할 기회를 잃는다”고 했다. 이들은 2030세대 등 기성 정치에서 소외됐던 유권자 의견을 모아 각 대선 캠프에 전달하고 대선이 임박해서는 후보에 대한 최종 평가도 발표하겠다고 했다. 유권자에게 후보 선택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여야 정치권 모두를 향해 변화를 촉구했지만 반민주당·비국민의힘 성향의 캠페인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있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후 여권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결국 작년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했다. 권 변호사는 민변(民辯) 회원 출신이지만 조국 사태 때 현 여권을 비판하며 반여 성향으로 돌아섰다. ‘진보 논객’으로 이름이 알려진 진 전 교수도 권 변호사와 함께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다룬 ‘조국흑서’ 공동 필진으로 참여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탈문 진보’ 인사들이라 민주당에 대해 더 비판적”이라며 “그렇다고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비판적 지지’ 단계에 이르지 않아 중도층 중심의 세력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 전 의원도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세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기성 정치에 좌절한 유권자 마음을 얻고 구태 정치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포럼의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