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시작되는 대선 경선을 열흘 앞둔 국민의힘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검토설(說)’이 불거져 또다시 분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인사들이 ‘이준석 대표를 퇴진시키고 비대위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이 대표와 일부 대선 주자들이 “당대표를 흔들지 말라”며 윤 전 총장 측을 공격하고 나왔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황당무계한 보도를 갖고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려면 이 대표와 최고위원 등이 사실상 총사퇴해야 한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통화 녹취록’ 진실 공방에 이어 당대표와 대선 주자들이 실체도 불분명한 의혹을 두고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22일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만나 당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덕훈기자 김지호기자

‘비대위 검토설’은 지난 20일 보도된 한 주간지 기사가 발단이 됐다. ‘윤 전 총장 캠프가 공정성을 의심받는 이 대표 체제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보고 비대위 출범에 필요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당일 페이스북에서 “당대표를 흔드는 자폭 정치를 그만두라”며 윤 전 총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왔다. 이 대표도 이 보도와 관련해 21일 방송에서 “의아하다”고 밝혀 논란이 커졌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22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비대위라는 건 임기가 보장된 대표를 끌어내린다는 의미인데, 그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보도를 가지고 정치 공세를 펴는 것 역시 상식에 반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인사는 “캠프 인사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비대위의 비 자도 거론되지 않았다”며 “실체가 없는 보도를 근거로 공격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정홍원 前총리

반면 이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비대위 검토설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윤 전 총장 캠프에서 나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짐작이 간다”고 했다. 윤석열 캠프가 자기를 흔들어온 것은 사실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측 인사들이 사석에서 ‘이 대표 체제로 경선을 치르다가는 윤 전 총장이 상처만 입게 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여의도에 파다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 측 민영삼 국민통합특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서 하고 싶은 말 다 하든지,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 하든지”라며 이 대표를 공격했다. 윤 전 총장은 그를 특보직에서 해촉했다.

지난달 30일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이 대표와의 갈등은 끊이질 않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신지호 정무실장의 ‘이 대표 탄핵’ 발언이 문제가 됐을 때도 캠프 인사들에게 “당 화합에 방해될 언동을 삼가라”고 경고했지만, ‘돌출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측은 이 대표를 ‘불공정한 심판’이라고 의심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자기 쪽에 유리하게 심판을 보라는 태도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입’이 당내 분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 통화 녹취록 공방 등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20일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그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경선 버스 8월 말에 출발한다고 세워 놓고 기다렸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운전대를 뽑아 갔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22일 서울 서초동 한 사무실에서 정홍원 전 총리를 만나 당 선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했고, 정 전 총리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