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국민의힘과의 합당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차기 대선 출마 문제와 관련해 “당원, 지지자들과 함께 논의하겠다”며 독자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해 대선 경선을 치르기에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독자 출마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대표는 작년 12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뜻을 밝히면서 “대선을 포기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에선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고 했다. 그런 안 대표가 결과적으로 약속을 깨면서 내년 대선 때 단일 후보를 내세워 여당 후보에게 맞서려던 야권 구상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안 대표가 야권 통합에 대한 국민 기대를 저버렸다”고 했고, 국민의당 일부 당원도 “안 대표가 정치 공학에 몰두하고 있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돼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합당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지지층의 확대를 가장 중요한 통합의 원칙이라고 강조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에 오히려 상처를 입혔다”고 했다. 그는 “단지 합당을 위한 합당,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협상 결렬 책임을 국민의힘에 넘긴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 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합당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합당을 위한 합당,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뉴시스

안 대표는 이날 ‘대선 출마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당원, 지지자들과 함께 논의해 길을 찾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제3지대 인사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만나서 의논할 자세가 돼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대선 전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저는 정권 교체를 바라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원하는 합리적인 중도층을 대변하고자 한다. 시대적 소명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후보가 11월 결정된 후 단일화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다.

양당 간 합당 협상 결렬은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선출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이 대표와 안 대표는 2016년 총선 때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서 맞붙은 것을 시작으로 질긴 악연을 쌓아왔다. 당시엔 안 대표가 당선됐다. 두 사람은 2018년 바른미래당에서 함께했지만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노원병 지역구가 비게 된 상황에서 공천 문제로 관계가 틀어졌다.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충돌한 끝에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이 대표가 공천을 받았지만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패하며 앙금으로 남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이·안 두 사람의 신경전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이어졌다. 작년 12월 안 대표가 범야권 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 대표는 라디오에서 “안 대표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전부 다 부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그런 이 대표가 지난 6월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당명 변경, 대선 후보 선출 방식 등을 두고 안 대표 측과 평행선을 달렸다. 야권 관계자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이 중심이 된 통합 야당 경선에 참여해선 승산이 크지 않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합당 결렬로 안 대표는 대선 불출마와 합당 약속을 스스로 깼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또 안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나서려면, 후보는 선거 1년 전 당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국민의당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 야권 관계자는 “안 대표가 당헌·당규를 고쳐가면서 대선에 출마한다면 국민의당이 사실상 ‘안철수 1인 정당’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안 대표가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단일화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안에선 이날 안 대표 결정에 반발해 탈당 움직임이 일었다.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 구의원은 이날 “안 대표는 지난 몇 개월 중도 정당의 모습보단 정쟁과 정치공학적인 것에만 몰두했다”며 탈당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당에서도 이균철 위원장 등 당원 20여 명이 안 대표가 조건 없는 합당 약속을 바꿨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