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볼 수 없었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6월 28일 감사원장직에서 사퇴한 지 37일 만이다. 지난달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경선을 준비해온 그는 이날 출마 선언에서 현 정권을 “권력의 단맛에 취한 정권”이라고 비판하고, 집권하면 탈원전·부동산 등 현 정권 주요 정책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경기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감사원장으로서 현 정권의 일이라도 검은 것은 검다 하고, 흰 것은 희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한 마디에 근간 정책이 적법한 절차 없이 집행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한 매표(買票)성 정책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봤다”며 “권력의 단맛에 취한 지금의 정권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 직무 수행에 벽이 됐다”고 했다. 그는 “감사원장 임기를 마치고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으로 남느냐, 아니면 비난을 감수하고 대한민국을 위하여 나를 던질 것인가 고민했다”면서 “나의 선택은 ‘대한민국’이었다”고 했다. 감사원의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감사 과정에서 경험한 부조리 등을 바로잡아 나라를 정상화겠다는 것이다.
최 전 원장은 “집권하면 잘못된 이념과 지식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추진해 온 탈원전 정책을 포함한 에너지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에너지 정책의 합리적 추진을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또 “과감한 개혁으로 기업은 물론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마음껏 뛸 수 있게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 취업을 가로막는 노조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마음껏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하향 평준화로 기회를 억누르지 않겠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 집 마련의 꿈, 좀 더 좋은 집에 살고자 하는 꿈을 무시하고 이념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여 부동산 지옥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그는 “이 정부가 한 것과 반대로만 하면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있다”면서 “민간 주도로 충분한 양을 공급하고, 양도세, 임대사업 규제 등을 완화해 다주택자들도 매물을 내놓고 일가구 일주택엔 과감히 보유세·양도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김여정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거듭 요구한 데 대해서는 “우리의 가장 큰 위협인 북한의 발언에 따라 안보가 좌우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윤석열이 아니라 왜 최재형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돼야 하느냐’는 물음에 “윤 전 총장은 정권 탄압에 맞서며 야권 결집을 이룬 훌륭한 후보”라면서도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내전적 분열 상태다. 하지만 저는 분열을 일으킬 정치적 빚이 없다는 점에서 국민 통합을 이룰 적임 후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긋지긋한 정치적 내전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현 정권의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해 국민의힘 지지층 일각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국민의례 때 큰소리로 애국가 1절을 불렀다. 연설 때는 웅변하듯 주먹을 쥐어 보이거나 양손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했다. 최 전 원장은 기업 규제 철폐 등 경제 관련 질문에 답변하면서는 “공부가 부족하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일자리를 없애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라는 자기 발언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경제 철학이 부족하다’고 한 데 대해 “제가 김 전 부총리만큼 경제를 알겠나”라며 “경제 공부 열심히 해 좋은 대안을 내놓겠다”라고 했다. 이날 최 전 원장 장모가 이승만 전 대통령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비서를 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그는 ‘헌법 가치를 가장 잘 지킨 대통령’을 꼽아달라는 물음에 “공과가 있지만 대한민국의 기초를 놓았다는 점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권 교체 의지가 확인된 출마 선언”이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헌법에 명시된 공직자의 의무와 법도를 내팽개친 정치 이직(移職)”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정권 교체 의지는 선명했지만 미래 비전의 구체성에선 다소 모호했다”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