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최근 같은 당 윤희숙(51) 의원을 만나려고 그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마침 윤 의원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최 전 원장은 20여 분을 기다리다 발길을 돌렸다. 최 전 원장은 며칠 뒤 윤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 윤 의원이 최근 출간한 책 ‘정치의 배신’을 열심히 읽고 있다”고 했다.
초선인 윤 의원은 지난 2일 국민의힘 차기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최 전 원장이 경선 경쟁자인 윤 의원을 만나려는 것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하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지난 5월 말 윤 의원을 만나 식사를 함께하며 “같이 정치하자”고 러브콜을 보냈다. 이 때문에 “윤석열·최재형 두 사람 사이에 윤 의원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재형·윤석열 두 사람이 윤 의원에게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두고는 윤 의원이 경제 전문가란 점이 꼽힌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인 윤 의원은 소득 주도 성장 등 현 정부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 모두 윤 의원이 현 정부 경제 정책을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비판하는 데 강한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작년 펴낸 ‘정책의 배신’에서 국민연금, 주 52 시간제 등 문재인 정부 주요 정책을 각종 통계 수치로 반박했다.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윤 의원의 ‘정책의 배신’을 읽고 그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윤 의원은 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저격수로 이름을 알렸다. 경제학자로 활동할 때부터 ‘반(反)포퓰리즘 파이터’로 불리던 윤 의원은 의회에 진출한 후 기본소득 등 이 지사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은 윤 의원이 1970년대생 여성이란 점에서 청년·여성 유권자 외연 확대에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나 최 전 원장은 자신들이 본선에 진출할 경우 윤 의원을 영입하려고 공을 들이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의원은 야권 지지층에서 젊고 유능한 여성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어 대선 후보에겐 매력적인 영입 대상”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최 전 원장에 대해 “굉장히 반듯한 지도자”라고 했고,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서로 단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려주는 스파링 파트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