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8일 “현 시국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공개 회동을 제안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은 “때와 장소가 중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가시화하자 의원들이 그에게 쏠리는 것을 견제하려는 최 전 원장과, 최 전 원장에게 추격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윤 전 총장 간 샅바 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재형, 윤석열

최 전 원장은 이날 언론을 통해 회동을 제안하면서 “빠를수록 좋다. (빨리 회동하는 게) 정권 교체를 갈망하는 국민 앞에 우리 두 사람이 마땅히 갖춰야 할 자세”라고 했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은 정권 교체의 도정(道程)에서 함께해야 할 동지이자 기성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에 함께 긍정적 역할을 해야 할 정치 파트너”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는 계파 정치 프레임을 내세워 (당 안팎의 상황을) 보도하는 등 여러모로 어수선하다”며 “이런 상황은 정권 교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의 회동 제안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 40명이 ‘윤석열 입당’ 촉구 성명에 이름을 올린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서도 “(당의) 분열이나 계파 조성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물밑 정치를 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만나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뜻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윤 전 총장에게 계파 정치를 하지 말자는 제안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윤 전 총장 대선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입장문을 내고 “때가 되면 언제든 만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지금은 만날 때가 아니란 뜻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 때 최 전 원장에 대해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이다. 저는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을 향해 계파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정치적 견제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만남에 응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계파 정치를 거론하며 기성 정치 혁신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전 총장에게 쏠리는 것을 견제하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최 전 원장은 현재 지지율에서 윤 전 총장에게 열세다. 그 때문에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과 양자 경쟁 구도를 만들어 국민의힘 내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가 깔린 것 같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측도 이런 의도를 읽고 당분간 최 전 원장과 거리 두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선언 후 원희룡 제주지사와 회동한 것 말고는 다른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윤 전 총장은 한길리서치가 지난 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 양자 대결 조사에서 41.1%로 이재명 지사(36.9%)를 앞섰다. 2주 전 같은 회사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36.0%로 이 지사(43.9%)에게 7.9%포인트 뒤졌었다. 윤 전 총장 측은 “캠프를 재정비하고 선명한 정권 교체 의지를 표출한 것이 지지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조사에서 최 전 원장은 30.9%로, 이 지사(38.8%)에게 7.9%포인트 뒤졌다. 최 전 원장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가상 대결에선 29.8%를 기록해 이 전 대표(35.9%)에게 오차 범위 내에서 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최 두 사람 모두 지지율 상승세에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면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최 전 원장 등과의 대결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