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근이 지난 12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비공개로 만나 입당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 조기 입당을 염두에 두고 물밑 교섭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조만간 만나자고도 했다. 14일에는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을 만난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당장 들어갈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보다 빨리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내 기반 마련에 나서려 하는 반면, 윤 전 총장은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힌 후 국민의힘 입당을 포함해 야권과 연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전 원장 측근 인사는 이날 “지난 12일 이 대표를 만나 그가 구상하는 대선 경선 일정과 전략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며 “최 전 원장이 입당할 경우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 대표 의견을 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인사에게 “하루라도 빨리 입당하는 게 좋다”고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최 전 원장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는 분을 만나 여러 사항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난 8일 부친상에 조문해준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조만간 만나자는 뜻을 전했다.
최 전 원장 측근들은 이미 대선 캠프 구성에 들어갔다. 최 전 원장 측의 이런 움직임은 국민의힘 조기 입당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야권 인사는 “최 전 원장의 약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와 정치권에 이렇다 할 기반이 없다는 점인데 윤 전 총장보다 빨리 입당해 이런 약점을 극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의 공보 역할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도 이날 “최 전 원장이 입당을 굉장히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전 원장은 정당 정치가 아니고는 대의민주주의를 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진중권씨는 이날 라디오에 나와 지난 9일 윤 전 총장 제안으로 식사를 했다면서 “그가 국민의힘에 당장 들어갈 생각은 없는 것 같다”라면서 “바깥에서 중도층을 결집하는 역할을 하고 마지막에 국민의힘 후보랑 단일화하겠다는 생각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선언 후 김경율·서민·진중권 등 ‘조국흑서’ 공동 저자를 잇달아 만났다. 모두 진보 진영에서 활동하다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 이후 현 정권 지지에서 이탈한 이른바 ‘탈문(脫文) 진보’로 꼽히는 사람들이다.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윤 전 총장은 좌우·보혁 대결을 끝내고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자기를 지지하는 중도층이나 호남 유권자들의 반발을 염려해 국민의힘 입당보다 장외에 더 머물려고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범보수권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를 보면, 중도층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지난달 28일 38.9%에서 이달 12일 34.5%로, 진보층은 11.2%에서 8.7%로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윤 전 총장과 만나려다 언론에 일정이 알려지면서 불발된 유인태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 출마 선언문에) 통합 얘기는 없고 분노만 표출했다”며 “그 후에 쭉 보면 중원은 포기한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는 진영 대결인데 윤 전 총장이 모든 이념 계층을 아우르려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8월 중 국민의힘 입당을 결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