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언급하자 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면론을 들고나왔다. 앞서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지난 20일 대정부 질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잘못됐다”며 사면론을 언급했다.

최 전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서 “한명숙 전총리님, 얼마나 가슴을 앓고 있으실지. ‘이명박근혜’ 두 사람에 대해선 ‘사면, 사면’하는데 억울한 한 총리님은요?”라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이미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2년 징역형을 살고 2017년 출소했지만, 그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 자체가 ‘억울’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최근 여권(與圈)은 작년 4월 총선 압승 직후부터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대법원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민주당 원내대표,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 당정(黨政) 핵심 인사들이 일제히 나서 ‘재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심 신청을 통한 유죄 판결 뒤집기는 어렵다고 보고, 한 전 총리가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희생됐다는 명분을 찾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이 다시 떠오르자 여권 일각에서 이와 ‘한 전 총리 사건’를 견주고 나선 것이다.

여권이 다 마무리된 한 전 총리 사건을 다시 들추려는 것은 향후 8·15 특사에서 친노(親盧) 진영의 ‘대모(代母)’로 불렸던 한 전 총리 사면 명분을 확보하고, 정치적으로는 여권의 검찰·사법 개혁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라는 분석이다.

여권이 한 전 총리에 각별한 데는 그가 민주당에서 갖는 상징성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에 민주당 당대표까지 지낸 한 전 총리 사건이 그간 민주당엔 큰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진보’ ‘개혁’을 표방했던 진영의 도덕성에 흠집을 남겼다는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8월 20일 오후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난 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 /오종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절인 2011년 ‘한빠(한명숙 열렬 지지자)’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한명숙 전 총리를 좋아한다. 차기 국가 지도자로 한 전 총리만 한 분이 없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듬해 한명숙 대표 체제에서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문 대통령이 당대표를 하던 2015년 대법원의 한 전 총리 징역형 선고 직후엔 “우리는 한 총리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 전 총리의 남편인 박성준 전 성공회대 교수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교수는 문 대통령이 평소 존경하는 사상가로 꼽는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와 함께 1960년대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