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든 서버를 압수 수색해 통일교 신자일 가능성이 있는 11만~12만명가량의 명단을 추출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특검은 통일교 측이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 후보 경선 등에 개입할 목적으로 교인을 조직적으로 입당(入黨)시켰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특검 압수 수색이 이뤄진 지 하루 만에 “사실이라면 헌법의 정교(政敎) 분리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며 “위헌 정당 국민의힘은 해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 있는 국민의힘 당원 명부 관리 업체 사무실에 대해 4시간 30분가량 압수 수색을 벌였다. 특검 수사관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서버를) 다 들고 가겠다”고 하자 관리 업체 직원이 저항하지 못했다는 것이 국민의힘 설명이다.
특검이 제시한 압수 수색 영장에는 국민의힘 3차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3월, 22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인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민의힘 당원 명단이 대상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하지 않았지만 당비를 내지 않는 당원까지 포함해 국민의힘 전체 당원은 500만명인데, 특검은 미리 입수한 통일교 신도 120만명 명단과 이름 등이 같은 당원을 추려 명단을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한다. 특검 측은 “예컨대 생년월일 등의 정보로 동일인 식별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특검 측은 통일교가 당내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원하는 후보를 지지하려고 교인들의 당원 가입을 유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압수 수색 영장엔 정당법 위반이 혐의로 기재됐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은 정당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당대표 경선 등의 자유 방해죄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는 통일교 내부 지침이 있었는지, 또 선거 기간 집단적인 입당이 이뤄졌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2023년 전당대회에서 통일교가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권성동 의원은 당대표에 불출마했기 때문에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초유의 당원 명부 압수 사태에 당혹스러워하면서 “특검이 국민의힘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려고 명단 규모와 관련된 보도를 방치해 실체를 부풀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특검은 구체적인 명단 규모는 밝히지 않은 채 “특정 기간으로 압수 수색 대상을 한정했다”고만 했다. 하지만 수사 대상 기간에 새로 입당한 당원뿐 아니라 그 시점의 모든 당원을 대조해 명단을 뽑아 갔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특검은 동명이인(同名異人)이나 출생 정보가 일부 일치하는 일반당원 명단까지 무분별하게 가져갔다”며 “내부적으로는 해당 기간에 당원으로 신규 가입한 통일교 교인은 3000여 명 정도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특검이 확보한 명단 가운데 실제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이 얼마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당원이 500만명으로 전 국민의 10%가량”이라면서 “어떤 명단이든지 120만명쯤 가져오면 10% 정도는 우리 당원 명부에 있을 통계학적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위헌 정당인 국민의힘을 해산해야 한다”며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은 그간 국민의힘 일부 의원이 비상계엄 해제 국회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자 “내란 정당은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여기에 통일교 신도 입당 관련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자 다시 한번 정당 해산 주장을 꺼낸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통일교와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밝혀지면 (과거) 통진당 사례에 비춰 국민의힘은 (정당) 해산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헌법 20조 2항을 보면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되어 있다”면서 “이걸 위반했다면 위헌 정당이 입증되는 것으로 국민의힘은 해산되어야 한다”고 했고, 이언주 최고위원도 “한마디로 사상 초유의 헌법 유린, 정교 유착, 국정 농단 사건”이라며 “반드시 철저히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