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아 야구 경기를 보고 있다. 2021.5.28/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8일 6·11 당대표 예비 경선(컷오프)에서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이 후보는 시민 여론조사에서 50% 넘는 지지를 얻었고 당원 여론조사에서도 나경원 전 의원에게 1%포인트 뒤진 2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36세의 국회의원 경력 없는 ‘0선’의 이 후보가 보수 정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을 등에 업고 선전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여론조사 회사 2곳에 의뢰해 지난 26~27일 일반 국민 2000명과 당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원(50%)·시민(50%)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가 합산 득표율 41%로 1위를 했다. 나경원 후보는 득표율 29%로 2위를 했고 주호영(15%) 후보, 홍문표(5%) 후보, 조경태(4%) 후보도 본선 진출자 5명을 가려내는 컷오프를 통과했다.

대구 야구장 간 이준석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8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아 프로야구 경기 시작 전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네거티브 없이 끝까지 비전과 미래로 승부하겠다”며“전당대회가 당 개혁 방안을 논하는 선의의 경쟁으로 치러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동환 기자

시민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가 득표율 51%로 가장 앞섰고 나 후보 26%, 주 후보 9%, 홍 후보 5%, 조 후보 3%였다. 4·5선급 중진 전·현직 의원들의 득표율을 다 합쳐도 ’36세 0선' 이 후보에게 뒤진 것이다. 당원 여론조사에선 나 후보가 32%로 선두를 차지했고 이 후보 31%, 주 후보 20%, 조 후보 6%, 홍 후보 5%였다.

애초 중진 후보들은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지만 당심은 다를 것”이라며 당선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당원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가 상당한 득표율을 기록하자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중진 후보끼리 단일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맞서 이 후보는 컷오프에서 탈락한 초선 김웅(51)·김은혜(50) 의원의 측면 지원을 이끌어내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 후보가 컷오프를 1위로 통과하자 국민의힘에선 “정권 교체를 위해 국민의힘이 중도층과 젊은 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 “국회의원 경험도 없는 30대 당대표에게 대선 관리자 역할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다음 달 11일 열리는 본 경선에선 당원 투표 70%와 시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당대표를 선출한다. 당심 반영 비율이 예비 경선(50%)보다 높아지고 여론조사가 아닌 투표 방식이어서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쇄신 갈증이 키운 ‘이준석 현상’… 검증 안된 리더십은 불안

국민의힘 6·11 당대표 선거 예비 경선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위로 본선에 진출하자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돌풍'이 현실로 확인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선거전 초반 이 후보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선전했을 때만 해도 “지나가는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 후보가 2위 후보를 두 자릿수 득표율 차(12%포인트)로 제치고 컷오프를 통과하자 경선 판도에 구조적인 변화가 생긴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대표 본선 진출자 득표율

정치 전문가들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이른바 ‘이준석 현상’에 대해 “정권 교체를 위해선 국민의힘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야권 지지자들과 당원들이 이 후보를 밀어 올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의 체질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36세의 ‘0선 이준석’ 지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야권 지지층은 물론 현 정권에 비판적인 중도·무당층 지지도 이 후보로 쏠린 것 같다”고 했다. 신 교수는 “중도층 가운데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데 주저하던 사람들이 이 후보를 통해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2~5위로 컷오프를 통과한 나경원·주호영·홍문표·조경태 후보는 과거 국민의힘 집권 시절부터 의원을 한 다선 출신이다. 이들도 이번 경선 과정에서 경륜을 앞세우며 “변화와 쇄신을 통해 당 밖의 대선 주자를 영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현재 장외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같은 사람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중도 지지층 이탈’”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기득권 이미지가 약한 이 후보가 주목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당내 실력자에 대한 줄서기 등 정치적 배경에 의존해온 정치인이 아니란 점도 돌풍 요인으로 꼽힌다. 이 후보는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영입해 정치권에 들어왔다. ‘박근혜 키즈’란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2016년 국정 농단 사태를 기점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 일부에서 “탈당파”란 공격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런 공격 등에도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현안에 대한 자기 입장을 밝히며 맞섰다. 이번 경선 캠페인 때도 “나를 발탁해준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그런데 탄핵은 정당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 경선을 통과한 후보들과 김기현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서울시당 주최 당대표 후보자 간담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문표·주호영 후보, 김 대행, 나경원 후보. /이덕훈 기자

이 후보는 컷오프 통과 후 페이스북에서 “네거티브 없이 비전과 미래로 승부하겠다”고 했다. 예비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유승민계’로 지목하며 계파 논쟁을 제기한 중진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실제 일부 중진 후보 측은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유승민 전 의원이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그러나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36세 신예 정치인을 상대로 계파 프레임을 이용한 네거티브 공세는 이 후보에 대한 주목도만 높여준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취약층으로 꼽혀온 2030세대가 이 후보 지지로 결집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종의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K 소장은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주변부에 머물며 좌절해왔는데 이 후보를 통해 반란을 일으킨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치권 입문 후 10년간 세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하며 좌절을 겪은 이 후보에게 일자리 문제와 불공정 등으로 인한 사회적 좌절을 투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제1 야당을 이끌 만한 리더십이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당 안팎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선 승리를 위한 야권 통합 작업에선 상당한 정치적 리더십과 안정감, 자기 희생이 필요한데, ‘0선’인 이 후보가 과연 이를 해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당대표에 취임한 후 당이 어떻게 바뀔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며 “자칫 세대교체를 하려다 정작 중요한 정권교체에 실패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