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씨(오른쪽)와 장인수 기자가 지난 10일 김씨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른바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김어준 유튜브

김어준 유튜브에서 불거진 이른바 ‘공소 취소 거래설’에는 두 출연자가 등장한다. 한 사람은 정권 핵심과 검찰 사이 공소 취소 거래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전(前) MBC 기자 장모, 다른 한 명은 다음 날 “사실이라면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한 전 KBS 기자 홍모씨다.

‘믿고 보던’ 김어준 유튜브에서 터진 폭탄에 어리둥절해하던 여권은 탄핵 발언까지 나오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KBS와 MBC 메인 뉴스도 각각 둘째, 셋째 날부터 이 사안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홍씨의 발언은 뉴스로 전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장씨만 고발했다.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코멘트한 것이지만, 금단의 단어를 꺼냈다는 점에서 ‘탄핵 발언’의 죄질(?)이 더 나쁘다 보는 사람도 많다. 하루 150만~160만 조회 수를 올리는 유튜브에서 출범 1년도 안 된 정부를 놓고 몹쓸 단어를 꺼냈으니까.

김씨는 ‘공소 취소 거래’에 대한 첫날 출연자 발언에 이어 다음 날 ‘탄핵’이라는 자극적 요소를 더해 폭발력을 키웠다. 둘째 날엔 다루지 않을 수 있었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슈를 더 자극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의 특기다. 세월호 고의 침몰설(2014년), 18대 대선 개표 조작(2012) 같은 것도 자극적 요소로 넘쳐난다. 그렇게 사람을 모으는 것이다. 최근 자극이 가장 강했던 비상계엄 당시 ‘한동훈 암살설’ 같은 것은 본인이 발설해 놓고도 출처를 함구하고 있다. 이번 ‘공소 취소 거래설’도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이 실체 불분명한 이슈는 관심을 끌고 검찰 관련 법안 내용에 영향을 미쳤다. 대중은 이런 식의 이슈 만들기에 이제 너무 익숙해져 사실을 밝히라고 요구하지도, 외면하지도 못한다.

인간 인지(認知)는 매우 허약하다. 1990년대 중반 미국의 한 실험 연구에서 젊은 대학생들에게 단어 카드 배열 게임을 시키고 노인에 연관된 형용사 5~6개를 숨겨 놓았더니 이들의 걸음걸이가 (노인처럼) 느려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컴퓨터로 성가신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 눈이 못 알아챌 정도로 빠르게 흑인 얼굴이 여러 차례 화면에 나왔다 사라지게 하는 것만으로 인종적 편견이 강해지더라는 실험도 있다. 그래서 미디어, 특히 영상 매체일수록 사실에 기반해 보도하고, 팩트 전달 방식에 신경을 쓴다. 반면, 유튜브는 사실을 비틀고 필요에 따라 내용을 숨기거나 미확인 상태라도 공개해 사람의 인지를 공격하고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먹방이건 정치 유튜브건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 목적이다.

한번 세상 밖으로 나온 말과 아이디어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온 온갖 나쁜 개념들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억지로 없애려다가는 역(逆)효과만 난다. 생각을 억누를수록 생각이 더 강해지는 현상. 그 유명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코끼리만 생각나는 역설이 발생한다.

지난 정부에서 ‘윤석열 퇴진’ 구호가 나온 것이 출범 석 달쯤 됐을 때였다. 정권 초부터 광화문, 남대문 등으로 몰려다니며 토요일마다 집회를 열고, ‘퇴진’이니 ‘탄핵’이니 구호를 외치며 영상과 사진을 찍어 올린 사람들이 있었다. 용산에서 못내 거슬려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 말려드는 법이다. 결국 그 말[言]이 만들어낸 자기 충족적 암시에 넘어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무너졌다.

현 여권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김어준 유튜브에서 튀어 나온 ‘탄핵’은 언급도 않고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머릿속에는 뭔가 심어진 것 같다. 27일 구글 트렌드에 ‘탄핵’을 입력하고, 함께 검색한 상위 검색어 10개를 보니 이 대통령이 중간쯤에 있었다. 1위는 ‘윤석열’, 2위는 ‘트럼프’였다. 물론 김어준도 그 옆 ‘급상승 검색어’ 항목 1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