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하며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의 화두는 ‘명심(明心) 어게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단체장 후보로 누구를 낙점하느냐에 촉각이 쏠려 있다. 대통령이 SNS로 칭찬·거명한 인사들은 줄줄이 ‘찐명 후보’로 낙점받았다. 단숨에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뜬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호 수혜자다. 우상호 전 정무수석(강원)과 박찬대 의원(인천), 김경수 전 지사(경남)는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 지었다. 전재수(부산)·한준호(경기) 의원과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인천 계양을)도 친명 인증 대열에 섰다.

선거·공천의 공식 지휘자는 정청래 대표다. 그는 입법과 당무에서 막강 파워를 과시해 왔다. 청와대와도 맞서며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렸다. 그런데 선거 국면에서 존재감이 약해졌다. 말도 영향력도 줄었다. ‘명심’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친명과 경쟁하던 인사들은 잇따라 불출마나 양보를 선언했다. 일부는 내각으로 옮겨갔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대통령 팬클럽에서 강제 퇴출됐다. 당권 재도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여권의 상왕’이라던 유튜버 김어준씨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 정 대표와 원팀을 이루며 ‘충정로 대통령’으로 통했지만 조국혁신당과 합당 문제로 역풍을 맞았다. 대통령 지지 그룹인 ‘뉴이재명’은 김씨를 ‘수박’으로 비하하며 ‘탈(脫)어준’을 외치고 있다.

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고공 행진 중이다. 연일 ‘SNS 메시지’로 여론을 움직이고 정국을 이끈다. 보수층 일각에서도 “잘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 5000 목표를 이뤘고 부동산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미·중·일 관계도 나쁘지 않다. 야당은 내부 혼란을 수습하기도 바쁘다. 여권에선 “선거 압승” 기대감이 쏟아진다. 만약 친명 후보들이 약진한다면 대통령의 영향력은 막강해질 것이다. 정 대표에게 밀렸던 친명도 재결집할 것이다. ‘뉴이재명’이 ‘청래당(黨)’을 밀어내고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다.

이 대통령에게 친명 정권 재창출은 중요한 과제다. 퇴임하면 중단됐던 5개 재판이 재개된다. 재판소원과 법 왜곡죄, 대법관 증원 등 사법 3법 강행과 ‘공소 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도 이 때문이다. 정권을 뺏기면 퇴임 후 안위가 위험해진다. 재창출된 정권이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워도 안 된다. 믿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한 친명 후계 구도가 필요하다. 레임덕을 막고 국정 장악력을 유지해야 한다.

여권에선 “친명 정권 재창출과 30년 집권을 위해 ‘F8’(핵심 8인방) 경쟁 체제가 뜰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존의 ‘정청래 vs 김민석 총리’ 대결 구도에 송영길 전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강훈식 비서실장, 박찬대 의원, 정원오 구청장, 조국 대표 등이 가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신한국당 9룡(龍)’을 연상시킨다. 여권 관계자는 “임기 후반까지 2인자를 두지 않고 여러 주자 간 충성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뜻 같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이 대통령은 입법·행정에 지방 권력까지 한 손에 쥐게 된다. 사법 3법으로 사법부도 사실상 무력화 단계다. 야당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강력한 내부 견제 세력이었던 ‘여의도·충정로 권력’도 퇴조세다. 이 대통령은 2028년 총선까지 절대 권력을 행사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민주화 이후 어느 정부도 갖지 못한 힘이다.

하지만 절대 권력은 득보다 독이 된 경우가 많다. 견제받지 않으면 폭주하고 부패하기 쉽다. 과도한 자신감은 독선으로 흐를 수 있다. 퇴임 후 안전 보장을 위해 국정 에너지를 정적과 반대파 없애기에 쓰려는 유혹도 커진다. 여권의 힘은 지금도 과도하다. 입법 폭주와 전횡이 매일 되풀이된다. 그 힘이 더 강해지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