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명·청(明淸) 관계’다. 이 대통령의 ‘개혁 속도 조절’ 주문에도 정청래 대표는 독주를 거듭했다. 여당 대표가 임기 초 대통령 뜻을 거스르는 건 전례 없던 일이다. ‘여의도 대통령’ 얘기까지 나왔다. 많은 이가 “대통령이 지켜만 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짜고 치는 거냐”는 의구심도 적잖다.
최근 미스터리 하나가 늘었다. 이른바 ‘명·추(明秋) 관계’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연일 조희대 대법원을 때리며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까지 떨어뜨렸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권력엔 서열이 있다” “국회 증언 거부는 안 된다”고 했다. 추 위원장에게 제동을 걸기는커녕 손을 들어준 것이다.
친명의 ‘정청래 거부감’은 위험 수위다. 정 대표가 ‘대통령과 한 몸’을 자처했지만 ‘자기 정치’만 한다는 것이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대통령의 뜻’까지 내세워 제동을 걸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정 대표 위세에 눌려 눈치만 봤다고 한다. 그의 뒤엔 여권의 상왕이라는 김어준씨와 강성 지지층이 있다. 지방선거 공천권도 쥐고 있다. 내년에 대표로 다시 뽑히면 2028년 총선 공천권까지 행사한다.
일부 친명 의원은 진언을 위해 대통령 면담을 신청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흔들리고 중도층 이탈이 가속될 수 있다고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반응하지 않았다. 일부 친명은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권력의 속성과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안다. 측근인 박찬대 의원이 정 대표와 당권 경쟁을 하며 SOS를 쳤을 때도 나서지 않았다. 다수 당원의 지지를 받는 정 대표와 맞설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정 대표 면담 때도 ‘노(No)’라고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집권 기반 강화를 위해 윤석열 정부 청산이 시급했다. ‘닥치고 검찰 해체’를 외치는 강성 지지층도 잡아야 했다. ‘통합과 실용’을 앞세운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긴 어렵다. 친명계 인사는 “정청래의 칼을 빌려 윤·검을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추진 방식은 마뜩지 않지만 ‘정청래 독주’를 묵인한 이유다.
이 대통령의 다른 관심사는 미해결 사법 리스크다.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선거법 재판부터 대북 송금, 위증 교사, 대장동 재판 등이 목의 가시처럼 걸려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추 위원장이 대신 팔을 걷었다. 불감청 고소원일 것이다.
이 대통령과 추 위원장의 유대 관계는 뿌리가 깊다. 2019년 검찰 개혁 때부터 한목소리를 냈다. 2021년 대선 경선에선 추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공개 엄호하며 ‘명·추 연대’를 맺었다. 총선 공천과 국회의장 경선 때도 밀월이 이어졌다. 당내에선 ‘2차 명·추 연대설’이 나돈다. 추 위원장과 친명계가 손잡고 ‘대법관 증원과 4심제’를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조희대 체제를 무력화하고 헌법재판소에 의한 선거법 재판 뒤집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 대표와 추 위원장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곱지 않다. 피로감은 임계치에 달했다. 중요 국정 현안 대신 여당의 폭주만 부각된다. 두 사람이 여권 지지율 하락의 ‘원투 펀치’라고들 한다. 추 위원장은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 밀어내기에 앞장섰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에 치명타를 안기고 윤 정권을 낳는 데 일조했다. 상대 공격은 항상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정·추 폭주’는 국정에도 선거에도 도움이 안 된다. 지금 대통령이 두 사람에게 ‘노’라고 말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친명 vs 친청’ 갈등도 심해질 것이다. 그 혼란과 역풍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