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이 헛발질로 드러나자 이젠 본질설을 말한다. 둘이 만났나 안 만났나는 중요치 않고 본질은 조 대법원장이 대선 개입을 시도했다는 점이란다. 회동설에서 본질설로 전환이 공중제비 돌기처럼 어지럽다. 공감하는 사람이 없어도 개의치 않는다.
내란으로 엮이지 않자 회동설, 본질설로 방향 전환을 했을 텐데, 집권 세력은 왜 이토록 그악스럽게 내란을 물고 늘어질까. 진짜로 그 본질적 이유가 궁금하다. 저들은 내란 프레임의 약발을 유지해 내년 지선을 치르려 한다는 분석이 많다. 일리 있다. 2028 총선, 그 후 대선까지 약발 유효기간을 늘리려 할 수도 있다.
내란 몰이와 관련된 다른 분석은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끝나지 않았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서울중앙지법이 윤 피고인에 대해 연말쯤 결심공판을 끝내고 내년 봄 “형법 123조 직권남용은 유죄, 형법 87조 내란죄는 무죄”라고 선고하면 판은 뒤집어진다. 내란 프레임 독수(毒樹)가 뿌리부터 흔들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에 심각한 변화가 생기면 대통령의 재판 5개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 한번 시작된 재판은 그냥 죽지 않는다. 면소 판결, 위헌 결정, 공소 취소, 피고인 변고 등일 때만 재판은 종료된다. 법원이 재판 날짜를 잡을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
내란 프레임이란 검은 망토로 나라를 뒤덮어 놓고, 대통령의 위법 혐의가 적힌 법조문을 지우려 하고, 내란 전담 재판부를 우격다짐하는 것도 이런 불안감에서 비롯됐다. 불안할 때 ‘선빵’을 날린다. 흔히 강한 에너지는 복수심에서 나온다고 한다. 좌파는 청산이란 이름으로 보복한다. 수없이 반복하는 친일 청산은 물론이고 문 정권 때 적폐 청산이든 지금의 내란 청산이든 지지층을 결집해 보복형 정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똑같다.
엊그제 대통령의 회견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는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많은 국민이 충격 받았을 것이다. 초년 기자 때 소련 공산당 권력 서열을 보도하던 때가 떠올랐다. 지금도 언론은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에 관심이 많다. 정치국 상무위에 1~7위 이름도 거론된다.
물론 이 대통령은 인물 서열이 아니라 삼권 서열을 말했다. 그는 “사법이란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았다. 이게 어느 날 전도됐다. (…) 정치가 사법에 종속됐다. 위험한 나라가 됐다”고 했다. 선출 권력인 국회를 임명 권한인 법원이 건드리면 안 된다는 식이다. 이 생각을 잘못 굴리면 선출직은 불법을 저질러도 선거로만 심판을 받는다는 결론이 된다. 본인의 체포 동의안이 2023년 9월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판사가 기각하여 기사회생한 것은 잊은 모양이다.
보복 청산 프레임을 유지하고, 재임 후까지 편안하려면 꺼진 불도 다시 보듯 사법 리스크를 해소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걸림돌인 지귀연 판사와 조희대 대법원장을 솎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뜬금없는 권력 서열인 것이고, 정치가 사법에 종속돼 위험한 나라가 됐다는 인식일 테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준다고 해서 대통령이 상전이고 대법원장이 아래는 아니다.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이 순서는 의전 서열일 뿐이다.
정치가 사법 위에 군림하는 게 진짜 위험이다. 삼권을 틀어쥐면 신권이 된다. 정치는 사법에 종속되는 게 맞다. 대법원장을 물어뜯으려 한 때부터 내란 프레임은 끝났다. 그게 문·이 정권의 판박이 보복 청산이 보여준 학습 효과요 역겨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