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텔레그램 사랑은 유별나다. 측근·의원·외부 인사 등과 거의 모든 소통을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한다. 보고도 텔레로 받고 뉴스도 텔레로 접한다. 하루 수백 건 이상 메시지가 쏟아져도 빼지 않고 본다. 심야에도 내용을 확인해 답을 준다. 거의 24시간 접속 중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소셜미디어(SNS)를 중시했다. 여의도 정치 기반이 약했던 탓에 SNS와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이슈와 민심 흐름을 파악하고 정치 전략을 짰다. SNS는 “목숨줄”이라고 했다. 숱한 정치적 위기에도 살아남은 것은 국민과 직접 소통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최초 팬클럽 ‘손가락 혁명군’도 휴대폰 SNS를 통해 모였다.
‘이재명 유튜브’는 정치인 최초로 구독자 100만명을 넘었다. 대선 유세 때나 계엄 사태 때도 차 안에서 라이브 방송을 했다. 대통령실 공식 계정 외에 6개의 개인 SNS를 운영한다. 취임 후 한 달간 SNS에 올린 공지 글이 80건을 넘는다. 전 정부보다 2배 이상 많다. 김민석 총리에 대한 업무 지시도 일반에 공개되는 ‘X’(옛 트위터)로 했다. 김 총리도 X로 답했다.
그러다 보니 여권 전체가 텔레로 통한다. 측근과 현역 의원, 주변·외부 인사들까지 앞다퉈 이 대통령에게 텔레를 보낸다. 대통령은 마음에 드는 메시지엔 ‘하트(♡)’로 답한다. 빨간 하트가 톡톡 터진다고 해서 ‘하트뿅뿅’이다. 의원들 사이엔 “오늘 하트뿅뿅을 받았다”는 게 은근한 자랑이다. 하트를 받기 위한 숨은 경쟁도 벌어진다.
대통령이 각계와 직접 소통하는 건 긍정적인 일이다. 적절한 피드백도 좋다. 국민 눈높이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좋은 제안을 수용하면 국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외부와 단절된 ‘구중궁궐’이나 편협한 진영 논리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과도하면 문제가 생긴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SNS에 진심이었다. 심야까지 텔레그램을 주고받고 보수 유튜브에 심취했다. 메시지가 만족스러우면 ‘체리따봉’을 보냈다. 체리 모양 캐릭터가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 아이콘은 개인적 신임의 척도로 통했다. 체리따봉을 받은 이와 아닌 이로 나뉘었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이나 한다’고 비난하는 메시지를 체리따봉과 함께 보낸 장면이 포착돼 파문이 일었다. 명태균씨 등과 주고받은 메시지도 공개됐다.
윤 전 대통령은 SNS로 내 편 말과 듣고 싶은 얘기만 들었다. 정치인·유튜버들은 대통령이 좋아할 메시지로 환심을 샀다. 은밀한 여권 내부 정보와 각종 비위·평판 제보도 쏟아졌다. 대통령은 본인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여겼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고받고 관여했다. 만기친람으로 흘렀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터넷 댓글 논란에 휘말렸다. 언론 보도를 비판하는 국정 브리핑에 잇달아 독려성 댓글을 달면서 불필요한 정치 공방이 벌어졌다. 공직 사회에선 충성 경쟁이 일어나고 대통령을 사칭한 가짜 댓글도 등장했다.
SNS는 많은 사람과 쉽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끼리끼리 모이고 강성 목소리가 커진다. 잘못된 확증 편향이나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질 수 있다. 팬덤에 의한 극단 정치도 여기서 싹튼다. SNS 여론을 따르다 보면 포퓰리즘이나 쇼맨십으로 흐르기 쉽다. 과도한 텔레는 만기친람을 유발한다. 측근들 간 충성 경쟁도 생긴다.
이 대통령은 한때 보좌진으로부터 SNS 사용을 줄이자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돌발적 사고 위험과 부작용 때문일 것이다. SNS 소통은 필요하지만 ‘윤석열식 체리따봉’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 지금 장관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쟁점 법안 추진을 둘러싼 논란도 적잖다. 국민 여론을 폭넓게 듣고 반영해야 할 때다. 내 편만이 아닌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광폭 소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