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02.04 /남강호 기자

국민의힘은 연일 이재명 대표 방탄을 비판하고 있다. 속내는 다르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끝까지 사수하고 내년까지 방탄 정국을 이어가 주길 바란다. 이 대표가 당권을 쥐고 버텨야 총선에 유리하다고 여긴다. 이 대표 논란이 계속될수록 야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포에버 이재명’에 ‘옥중 공천’까지 얘기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그걸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이 대표의 선택은 방탄 총력전이다. 밀리면 정치 생명이 끝난다고 여긴다. 영장 심사 자진 출석으로 체포동의안을 정면 돌파할 자신이 없다. 이를 부결시킨 뒤 당 조직을 총동원한 대여 투쟁에 나서려 한다. 이 대표는 불구속 기소돼도 하루가 멀다 하고 재판정에 서야 한다. 1심 판결은 내년 총선까지 안 날 것이다. 여권이 기대하는 시나리오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총선도 이재명 논란 속에 치러질 것이고 민주당은 심각한 내분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여당 승리는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권이 간과하는 게 있다. ‘대통령 리스크’다. 대통령실은 여당 대표 경선에 직접 개입했다. 나경원 전 의원을 억지로 주저앉히고 안철수 후보를 ‘국정 훼방꾼이자 적’으로 몰았다. 윤심(尹心) 논란으로 내홍을 자초했다. 총선 공천에도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여권 핵심부에선 “대통령실과 내각 쪽에서 출마할 인사가 50명도 넘는다”고 한다. ‘윤석열 사단’이 대거 총선에 나선다는 것이다. ‘윤석열 당(黨)’을 위한 인위적 물갈이설이 벌써 퍼지고 있다.

이재명 효과만 믿고 무조건 이긴다고 자만하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 이미 ‘대통령 탈당’과 ‘신당’ 얘기까지 나왔다. 누가 당대표가 돼도 갈등을 피하기 쉽지 않다. 친윤 후보가 되면 대통령실의 입김은 더 세질 것이고, 내리꽂기 공천에 따른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비윤 후보가 되면 대통령과 당대표가 충돌할 수 있다. 국민은 권력 전횡과 내분을 싫어한다. 국정은 산으로 갈 것이다. 여당은 공천 내분이 생기면 졌다.

여권은 지금 민주당을 업신여긴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정은 서툴러도 선거엔 유능한 정당이다. 상향식 공천 제도는 여당보다 잘 갖춰져 있다. 현역에 대한 객관적 평가 시스템과 공천 갈등 예방 장치도 마련돼 있다. 급해지면 ‘이재명 손절’까지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바보가 아니다. 반면 여당은 외부 영입과 대통령 중심 공천으로 잦은 내홍을 겪었다. 이번에도 박근혜 정부 때 ‘진박 감별사’나 ‘옥새 파동’처럼 ‘진윤 공천 파동’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재명에 기대어 총선을 치르려는 건 B급 정치다. 국민을 얕잡아 보는 것이다. 만일 이 대표가 총선 무대에서 사라지면 무엇으로 선거를 치를 것인가. 여당 선거는 국정 성과와 비전으로 한다. 남의 잘못에 기대는 건 야당이 하는 일이다. ‘이재명 약발’은 대선과 지방선거 때 충분히 봤다. 국민이 총선까지 이 대표만 쳐다 볼까. 지금 경기 악화와 물가·이자율 급등으로 국민 고통이 극심하다. 여권은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국정 성과가 절실하다. 이재명 타령에만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민주당도 언제까지 이 대표 병풍만 설 건가. 빨리 그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대표 비리 혐의는 법정에서 이 대표 스스로 가리면 된다. 왜 국정이 아닌 이재명에게 사활을 거나. 건전하고 합리적인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정 성과로 승부하는 여당과 합리적 비판 야당의 대결은 국민이 바라는 바다. 그리 되려면 여도 야도 이재명은 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