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8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 빌딩에서 줌(ZOOM)을 통해 화상으로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최대 1000만원의 장기 저리 '기본대출'을 청년부터 시작해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뉴시스

최근 일부 부처에선 ‘기본 정책 아이디어’를 앞다퉈 발굴하고 있다고 한다. 여당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세론이 확연해지자 그의 ‘기본 공약 시리즈’를 뒷받침할 아이디어를 급하게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권이 들어섰을 때 새 ‘기본 정책’으로 한 상 차려 올리겠다는 속내일 것이다. 일부 부처는 회의도 열었다. 관계 공무원뿐 아니라 자문교수까지 불렀다고 한다.

한 부처에선 ‘기본 R&D(연구개발)’ 정책을 추진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현재 국가 R&D 예산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국가·대학·기업의 연구시설이 몰려 있는 서울·경기·대전 등에 R&D 예산이 많이 배정된다. 이것을 기본 소득이나 기본 주택, 기본 금융처럼 지역별·기관별로 골고루 나눠주자는 것이다. R&D 예산은 성과가 많이 나오는 유망 분야·기관에 많이 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30조원 가까운 국가 R&D 예산을 성과에 관계없이 각 시·도와 기관에 골고루 나눠주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나. 유력 주자를 의식해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 아이디어가 급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기본 SOC’ ‘기본 학비’ ‘기본 금리’ 등 모든 정책에 기본이 붙겠다는 말이 나온다. 기본 소득은 핀란드·알래스카·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시험 실시됐지만 대부분 중단됐다. 막대한 비용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사가 이를 만병통치약처럼 꺼내드니 정부도 부회뇌동하고 있다.

일부 부처에선 이 지사와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선됐을 경우를 나눠서 정책·예산을 준비한다는 말도 들린다. 양 손에 떡 들고 이쪽 저쪽에 내밀겠다는 것이다. 국가 정책을 원칙에 따라 추진하면서 곳간을 지켜야 할 부처 공직자들이 선거도 치르기 전에 갈대처럼 누워버리는 꼴이다. 이들까지 차기 정권에 잘 보이려 경쟁하면 나라 재정은 거덜 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방만한 재정 운영과 퍼주기 정책으로 나랏빚을 408조원이나 늘렸다. 하루 2235억원씩 빚내서 쓴 꼴이다. 내년 국가 부채는 1068조원으로 GDP의 50.2%에 달한다. 국민 1인당 빚이 2000만원을 넘는다.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을 넘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청년·장병·영아·SOC·세금 알바에 수십조원씩을 더 퍼붓기로 했다. 다음 정부한테는 아끼라고 했지만 그 말을 들을 리 없다. 이재명 지사는 대놓고 자신은 포퓰리스트라고 말한다. 그의 ‘기본 공약’을 추진하는 데만 최소 1000조원이 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당이 돈 뿌리는 공약을 내면 야당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무주택자에게 건설 원가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윤 전 총장의 공약도 ‘기본 주택’ 못지않게 많은 돈이 들 것이다. 대선 주자들마다 수천만원~1억원씩 나눠주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예전엔 선거 때만 이러다 말곤 했다. 하지만 퍼주기 매표로 선거에서 재미를 본 문재인 정부는 헬리콥터로 살포하듯 돈을 펑펑 썼다. 차기 정부는 한술 더 뜰 분위기다. 과거엔 정부 부처가 제동을 거는 시늉이라도 했다. 이 정권에선 청와대·여당의 예스맨으로 전락하더니 이젠 자기들이 앞장설 태세다. 이런 추세면 다음 정권 말에는 나랏빚이 2000조원에 육박해 부채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해외서도 빚 증가 속도를 걱정하는데 정작 우린 관심이 없다. 모두가 선거를 향해 불나방처럼 몰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