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말야, 기본이 안 돼 있어” 하는 말은 인간성이나 삶의 자세를 탓할 때 쓴다. “가수·배우·운동선수는 뭣보다 기본기가 중요해” 할 때는 기초 훈련을 제대로 쌓아야 한다는 뜻이다. 실력 있는 작곡가는 가수 지망생이 부르는 노래를 한 소절만 들어봐도 발전 가능성을 안다. 베테랑 스카우터는 고교 야구 선수가 휘두르는 배팅을 한두 번만 봐도 미래 값어치를 말할 수 있다. 밑바탕을 보는 것이다.

범위를 넓혀 보면 국가와 헌법에도 기본이 있다. 민주 국가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곧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와 이 기본이란 말을 전매특허처럼 써먹는 대선 후보가 이재명 경기 지사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성평등 공약을 발표한 후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그는 작년인가 산발적으로 내놓던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같은 제안을 올 초부터 ‘경제적 기본권’으로 묶어 말하고 있다. 지난 7월 초 출마 선언문은 ‘기본 시리즈’의 결정판이다. “경제적 기본권이 보장되어” “재난기본소득 덕분에” “충분한 기본 주택 공급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해서”등이다. 일부 유권자 귀를 달콤하게 붙잡겠지만, 정작 중요한 기본권을 잊게 만든다.

헌법 정신에 따른 기본권은 신체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가 으뜸 자리다. 지금 언론중재법 개정안으로 나라가 위태로운데 여당 쪽 지지율 1위라는 이 지사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언론의 자유에 대해 ‘기본’을 의심케 한다.

이 지사 때문에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중대한 기본이 있는데, 바로 ‘기본 선택’이다. 프랑스 자유주의 논객 레이몽 아롱이 말한 기본 선택은 그의 대담집 ‘참여하는 방관자’에 잘 나와 있다. 그는 “한 사회 안에서 정치적 사상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체제를 인정하는가 아니면 거부하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급진적 후보, 온건한 후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정권 연장, 정권 교체, 그런 차원도 뛰어넘는다. 이때 기본 선택이란 “전체주의 국가에 살지 자유주의 국가에 살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언론에 재갈이 물리면 전체주의다.

대선 앞둔 지금 절체절명의 문제는 한국의 존망이 걸려 있는 사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북핵, 경제 회복, 일자리, 집값, 코로나, 탈원전 등을 꼽을 수 있겠으나 첫손은 북핵이다. 그것은 임박한 위협이고, 스탠딩 오더다. 우리에겐 5년 뒤, 10년 뒤 갖게 될 ‘미래의 힘’이 아니라 지금 갖고 있는 ‘현재의 힘’이 제일 중요하다. 그건 군사력이다. 몇몇 정권 인사들도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저지 수단도 의지도 없이 뱉는 말은 이미 용납한다는 의미다.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바이든 미 대통령은 말했다. “그들이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더 이상 싸워서도 죽어서도 안 된다.” 싸울 의지가 없는 나라를 위해 미국은 피를 흘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동맹국이 들을 땐 결코 예사롭지 않다. 탈레반 공포에 휩싸여 생지옥을 겪고 있는 아프간 주민은 그동안 ‘기본 선택’을 잘못해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 4개월 역사적·사상적 배경을 가진 정치 지도자가 아니었다. 그는 한낱 개인적 모험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가장 비난 받아야 할 일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지금 관건은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를 ‘올바른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기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내년 대선, 200일 남았다. ‘기본’을 남발하기보다는 ‘기본이 돼 있는’ 후보를 눈여겨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