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유튜브 생방송을 하다 시청자의 촌철살인 댓글을 봤다. 방송은 ‘여고 교사가 같은 학교 다니는 딸들에게 시험 답안을 미리 알게 했다’는 사건의 재판을 다뤘다. 재판정에 나온 자매 중 하나가 기자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여러 시청자 댓글이 “저런 뻔뻔함을 어디서 배웠을까” “조국의 딸을 보니까 억울하겠지”라고 통탄했다.
정말 그 손가락은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딸은 기자에게 ‘질문이 무례하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손가락에서 사회를 향한 야유와 원망을 읽어낸 어른도 있을 법하다. 아버지는 감옥에 들어가 있고 딸은 기자에게 화를 냈는지 모르겠으나, 달리 보면 그 손가락은 누가 자신을 포함한 청소년을 도덕 불감증으로 감염시키고, 윤리 부재의 사각지대로 내몰았는지 그 책임자가 누구냐고 묻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로남불 정권이 망가뜨린 나라의 성정(性情)을 어찌 해야 할지 큰일이다 싶었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은 염치를 아는 국민이요, 아량을 베풀 줄 아는 국민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염치 불고(不顧)하고’라는 말은, 낯을 들 수는 없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때 쓰는 말이었다. ‘사람이 염치를 알아야지!’ 하는 꾸짖음은 점잖은 말투지만 가장 뼈아픈 지적을 할 때 쓰는 말이었다.
아량을 베풀 때, 또 인간의 도리를 저버릴 수 없을 때 우리는 ‘차마’라는 말을 썼다. ‘차마 뿌리칠 수가 없더군’ ‘차마 사람이 할 짓은 못되더군’ 하는 식으로 말이다. 서양어로 번역할 때 마땅한 상응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고유 성정을 드러내는 말이다.
2019년 8월 문 대통령이 조국씨를 법무장관에 지명하면서 ‘조국 사태’는 시작됐다. 자녀의 무시험 대학 입학 논란, 석연찮은 장학금 지급, 고2 때 의과 대학 논문 제1 저자 등재, 허위 인턴 증명서, 위조 표창장, 사모펀드 차명 투자 등등 숨이 가쁠 만큼 갖가지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전까지 긍정 평가가 앞서 있던 문 정부는 그해 8월 데드크로스를 지나 부정 평가가 앞지르게 됐다.
그보다 조국 일가족에게는 법정에서 다룰 수 없는 큰 죄가 있다. 2019년 12월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직과 관련된 윤리 의식이 20대에서 최하로 나타난 것이다. 직장(학교), 사회, 가정, 친구, 인터넷 같은 다섯 부문에 5문항씩 안배해서 모두 25문항을 통해 정직성을 조사했다. 예를 들어 ’10억이 생긴다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에 들어가도 괜찮다' ‘시험 성적을 부모님께 속인다’ ‘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거짓으로 말한다’ ‘나의 업무상 실수를 덮는다’ ‘이웃의 어려움과 관계없이 내가 잘살면 된다’ 같은 문항이다.
결과가 놀랍다. 정직 지수로 환원했더니 초등학생 87.8점, 중학생 76.9점, 고등학생 72.2점, 20대 51.8점, 30대 55.6점, 40대 58.7점, 50대 이상 66.5점으로 나타났다. 20대의 윤리 수준이 심각할 정도로 망가져 있는데 왜 그렇게 됐을까. 조사를 진행한 책임자는 이렇게 말했다. “조국 사태와 가짜 뉴스 등 사회의 부정부패와 거짓이 넘쳐나고 정직하지 못한 모습들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의 정직과 윤리 의식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어떤 나라는 공직자가 돈을 받았다는 독직(瀆職) 혐의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돈을 안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을 경우 더욱 엄중하게 처벌한다던데, 우리나라는 심지어 대법원 유죄판결까지 난 뒤에도 잘못 없다고 생떼를 쓴다. 말 없는 청소년은 그대로 보고 배우고 중독된다. 염치를 모르는 뻔뻔함 말이다. 이것이 저 사람들이 저지른 가장 큰 죄다. 징역으로도 씻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