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는 김일성 공원이 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지구촌 악당 4인’을 선정한 적이 있다. 탈레반 우두머리, 소말리아 무장 단체 수장, 그리고 북한 김정은과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었다. ‘중동의 학살자’로 불리는 바샤르는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독재자다. 끝없는 내전은 지금까지 60여 만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바샤르는 무슨 기념일만 되면 김정은과 축전을 주고받았다.
▶2018년 트럼프가 주도하는 미·영·불 세 나라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 시리아 독재자를 놔둘 수 없다는 국제 여론이 비등할 때였다. 미·북 정상회담을 불과 한 달쯤 앞둔 상황이었다. 김정은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달았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시리아 공습을 가장 유심히 지켜보는 곳은 북한일 것”이라고 했다. 시리아는 아랍연맹에서조차 퇴출됐지만 시진핑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적도 있다.
▶2011년부터 내전에 빠져 있던 시리아는 올 11월 파죽지세로 주요 도시를 점령하던 반군이 주말 동안 다마스쿠스를 장악했다고 한다. 아버지 하페즈 때부터 대를 이어 53년 동안 ‘철권 유혈 독재’를 호령하던 가문이 몰락하고 아들 바샤르 대통령마저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식이다. 반군들은 “다마스쿠스가 해방됐다”고 선언했는데, 주요 공공기관도 손에 넣은 것 같다. 현재는 총리가 대권을 이어받아 복잡한 반군 세력들과 정권 이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아사드는 사자라는 뜻이다. 아버지 하페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공군사관학교를 나온 뒤 거듭된 쿠데타에 성공하면서 2000년 심장마비로 죽을 때까지 30년 동안 종신 집권했다. ‘아랍의 비스마르크’로 불렸던 하페즈는 정치적으로는 철권통치, 종교적으로는 유화정책을 폈다. 그가 북한을 방문해서 김일성을 만난 적이 있는데, 무슨 영감을 받았는지 귀국한 뒤 자신의 대형 초상화를 내걸고 엄청난 동상을 여럿 세웠다.
▶이 집안은 장신으로 유명하다. 아들 바샤르도 190㎝가 넘는다. 안과 전문의가 되려 했던 그는 대중 연설이 불가능할 정도로 소심했다. 아버지와 카스트로, 김일성 등 대한 염증 때문에 정치에는 뜻이 없었다. 그러다 부친 사망 후 97% 득표율로 7년 임기 대통령에 오른다. 영어·불어에 능통하고 컴퓨터 통신에 관심 많은 그는 민주 개혁의 목소리를 수용하려 했다. ‘현대화의 기수’였다. 그러다 고문, 암살, 비밀경찰 감시로 돌아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