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불경을 집대성한 것이다. 그런데 조국 사태 후 갑자기 ‘조만대장경’이 등장했다. 조 전 장관이 각종 현안에 대해 빠짐없이 자기 생각을 밝힌 방대한 소셜미디어 기록들을 일컬었다. 그런데 거기에 적힌 말과 실제 행동이 정반대여서 제 발등을 찍는 부메랑이 됐다.

▶그는 “번역해준 것만으로 논문 공동 저자가 되면 영문과 출신은 논문 수천 권 저자가 되겠다” “장관 후보 딸이 가계 곤란으로 장학금을 5회 받았다니 정말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고는 자기 고교생 자녀는 논문 공동 저자가 되고 낙제 성적에도 장학금을 받았다. 특목고를 비판하더니 자녀는 모두 특목고에 보냈다. “공적 인물에 대해선 제멋대로 검증과 조롱도 허용된다”더니 비판 언론에 무더기 소송전을 벌였다. 그래서 ‘조로남불’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란 비판을 들었다.

▶한때 ‘추만대장경’도 나왔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청년들의 구조적 불평등을 비판하더니 자기 아들은 일반 병사는 상상도 못 할 휴가 특혜를 누렸다. 박근혜 정부 메르스 사태 땐 괴담 유포자 색출에 반대했지만 문재인 정부 코로나 땐 가짜 뉴스를 잡겠다며 몽둥이를 들었다.

▶최근엔 이재명 대표의 내로남불을 꼬집는 ‘이만대장경’이 화제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수사 때는 “도둑 잡고 적폐 청산하는 게 정치 보복이면 맨날 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이 수사받게 되자 “정치 탄압”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나쁜 짓 하면 혼나고 죄 지으면 벌 받는 게 당연하다. 정치 보복이라며 책임 안 지려는 수법은 안 통한다”는 말도 했었다. 작년엔 “특검은 시간을 끌어 정치 공세를 피하려는 적폐 세력의 수법”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특검을 주장하며 “반대하는 쪽이 범인”이라고 한다.

▶그는 과거 “공금 횡령 한 번만 저질러도 퇴출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이 드러나자 “7만8000원 사건”이라고 무시했다. 성남시장 때 ‘부패 지옥’을 외쳤지만 측근들이 대장동 일당에게 거액을 받은 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해 충돌 방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했는데 국회 국방위원인 자신은 방위산업 주식에 투자했다.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발언엔 “석고대죄하라”고 해놓고 정작 본인은 “전두환도 공과가 있다”고 했다. “도박은 나라가 망할 징조”라고 했지만 그의 아들은 도박 혐의로 적발됐다. 사람이 살다 보면 자신이 전에 했던 말과 배치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거기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