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때 송나라 풍수사 호종단은 고려 국운을 꺾으려고 전국 각지를 돌며 비석을 부수고 범종을 녹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명나라 사신 서사호는 고려 말 ‘천자(天子)의 기운’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 함경남도 단천에 쇠말뚝 다섯 개를 박았다고 한다. 조선 정조는 그래서 북쪽에서 인재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전국 40여곳의 지맥(地脈)을 잘랐다는 말도 있다. 왜군 장수가 경북 선산에서 인재가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땅에 구멍을 뚫고 쇠말뚝을 박았다는 얘기도 있다. 전해 내려오는 ‘풍수 침략설’이지만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민족 정기를 말살하고자 전국 명산대천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간 단체에 이어 정부까지 나서서 대대적인 말뚝 뽑기에 나섰다. 하지만 대부분은 토지 측량이나 공사용 말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풍수 길지(吉地)로 유명했던 독립운동가 이상룡 선생의 경북 안동 본가 임청각은 일제가 놓은 철도에 반 토막 나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은 산천에 흐르는 풍수 혈맥이 인생의 화복흥망(禍福興亡)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다. 융성한 집안은 조상 무덤이나 집의 풍수 덕이라 여겼고 그게 끊기면 흉조가 난다고 믿었다. 상대 가문에 원한이 생기면 무덤에 구멍을 파거나 말뚝을 박았다고 한다. 조선 때 이런 일이 많았는지 곤장·유배·참형으로 엄히 다스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은 방화로 잔디 등이 불탔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엔 오물이 뿌려졌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조상 묘엔 쇠말뚝이 박혔다. 충무공 이순신,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묘소에서도 식칼과 말뚝이 발견됐다. 이 전 총재와 이순신 장군 묘역의 말뚝은 무속인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람들이 목표로 삼는 곳은 대부분 특정인의 묘인 경우가 많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할아버지 무덤이 파헤쳐지고 인분, 식칼, 부적, 머리카락 등이 발견됐다고 한다. 누군가 윤 전 총장을 저주하려고 ‘풍수 테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에선 한때 윤 전 총장을 저주하는 인형과 부적이 나돌았다. 우리 사회엔 잘못된 풍수 사상과 무속적 믿음이 아직 뿌리 깊게 남아 있다. 무덤에 말뚝 박고 인분 뿌린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갈등이 심해져 이런 식의 저주도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풍수 테러는 그나마 나을 수 있다. 김대업 사건과 같은 조작과 사기극이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어디선가 이미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