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사들이 지구가 달 지평선에서 지고 있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 /NASA

11일 지구로 귀환 예정인 아르테미스 2호에서 유독 화제가 된 것은 거대한 로켓도, 첨단 항법 기술도 아니었다. 문이 달린 작은 화장실이었다. 54년 만에 인류를 태우고 달 궤도를 도는 데 성공한 이번 임무는 미·중 우주 패권 경쟁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의 시선은 어쩌면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개인 공간에 쏠렸다.

아폴로호 시대에는 우주선 안에 화장실이 아예 없었다. 비행사들은 비닐봉투로 대소변을 처리해야 했다. 그 기록은 적나라하다. 동료가 지켜보는 가운데 바지를 살짝 내리고 비닐봉투에 조준을 해야 했다. 무중력에서 배설물이 선내를 떠다니는 일도 벌어졌다. “이게 누가 싼 것이냐”며 서로 고함치는 소리가 교신 기록에 그대로 남아 있다. 식사 때 밥맛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잇따랐다. 각종 장비를 욱여넣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크기(약 6㎥)의 공간에서 3명이 부대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때문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배변 공간은 식사 공간과 분리해야 한다”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우주 화장실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무중력 환경에서 잘 작동하려면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 2호 발사 직후 가장 먼저 말썽을 일으킨 것도 화장실이었다. NASA가 수백억 원을 들여 수년간 개발한 결과물인데도 비행 내내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화장실 하나에 너무 많은 돈을 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르테미스 2호에 설치된 우주 화장실./유튜브

‘달로 가야 한다’는 거창한 목표 앞에 사생활 같은 사소한 불편은 감수해야 할 희생으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비행사들에겐 이 좁은 칸이 각별하다. 캐나다 우주비행사 제러미 한센은 화장실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행운아”라며 “임무 중에 잠시라도 혼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생겼다”고 했다. 우주비행사도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순간이었다. 아폴로 때보다 조금 넓어졌다지만, 비좁은 캡슐에서 4명이 열흘 동안 부대껴야 하는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것은 우주 임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더 빠른 속도와 더 높은 효율 경쟁에 내몰리는 시대다. 인공지능(AI)은 그 속도를 한층 더 앞당기고 있다. 위기감이 커질수록, 인간이 감내해야 할 불편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효율이 모든 것을 재단하는 시대에, 인간이 숨 돌릴 여유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아폴로 16호에 탔던 고(故) 켄 매팅리는 생전에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나는 화성에 가는 첫 번째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폴로호를 타고 가야 한다면 사양하겠다.” 우주에서든, 지상에서든 더 오래, 더 멀리 가려면 잠시 숨 돌릴 공간도 필요한 법이다. 이번에 사람들이 아르테미스 2호 화장실에 주목한 것도 그런 마음 아니었을까.

아폴로 16호에 탔던 우주비행사 캔 매팅리는 "나는 화성에 가는 첫 번째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폴로호를 타고 가야 한다면 사양하겠다”고 말했다.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