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하던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호'(9797t)가 2021년 1월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사진은 이란 국영 방송 IRIB가 공개한 현장 모습./IRIB/뉴시스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1년여 전 L(리터)당 1100원 안팎이었던 경유·휘발유 값이 2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기름 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것도 이례적인데 경유가 휘발유 값을 넘어서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통상 경유보다 세금이 더 붙는 휘발유 값이 비싸기 마련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 등으로 경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경유가 휘발유 값을 역전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제는 당장 우크라이나 사태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호르무즈는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의 석유 운송로인데, 이란이 지난달 말 이 해협을 지나는 그리스 유조선 2척을 나포했다. 이란은 “위반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자세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선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협조한 그리스에 대한 보복”이란 말이 나왔다. 앞서 그리스는 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이란 유조선을 억류하고 미국이 이 유조선의 석유를 압수하는 데 협조했다. 이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그리스 유조선을 나포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간과할 수 없는 건 이란의 ‘보복 나포’의 다음 대상이 한국 유조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 이양기로 정신이 없던 지난 4월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이란의 유력 신문 ‘카이한’의 편집장이 이례적으로 이 신문 1면에 본인 이름의 칼럼을 내고, 한국에 일종의 경고장을 보냈다. 호세인 샤리아트마다리 편집장은 칼럼에서 “이란은 유엔해양법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용 화물선의 접근을 차단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란은 한국으로 향하거나 한국에서 출발한 선박을 막아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란에 진 70억달러를 갚을 때까지 통행을 절대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70억달러는 한국이 이란에 지급해야 하지만 대이란 제재에 걸려 지불하지 못한 원유 대금을 말한다.

1979년부터 이슬람 세력이 장기 집권 중인 이란에서 카이한의 특별 기고는 정권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정부가 원유 대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이에 준하는 결과를 내놓지 않을 경우,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행 유조선을 나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란은 이와 비슷한 경고를 2020년 언론 보도, 외교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냈는데 당시 한국 외교부가 미온적 모습을 보이자 지난해 1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한국케미호’를 억류했다가 95일 만에 풀어준 전례도 있다. 유조선 나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미리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