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한민국은 강대국을 상징하는 기준점에 도달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고, 동시에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를 말하는 ‘30·50클럽’에 가입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나라는 지금까지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우리까지 딱 7국뿐이다. 덩치가 크면서도 잘사는 나라가 되기는 무척 어렵다.

‘30·50클럽’ 합류 이후에도 우리는 전진해 왔다. 잘사는 정도를 보는 보편적 지표는 1인당 GDP지만, 물가·환율로 과대·과소평가된다. 그래서 실제 소비 여력을 나타내는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로 일상에서 삶의 수준을 본다. IMF가 집계한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를 보면, 2018년부터 우리나라는 일본을 누르고 있다. 2020년부터는 이탈리아를 넘어섰다. 영국은 2020년 한 번 제쳤다가 이후 3년간 다시 밀렸지만, 지난해 다시 따돌리고 올해 격차를 벌렸다. 프랑스는 올해까진 우리보다 근소하게 앞서지만, 내년에는 우리가 추월하고 이후에 쭉 앞설 것으로 IMF는 전망한다. 국민이 얼마나 윤택하게 살아가느냐를 볼 때 ‘30·50클럽’에서도 우리 앞에 있는 나라가 이제 미국·독일밖에 없다는 의미다.

구매력 기준 1인당 GDP

국내 소비 여력만 향상된 게 아니다. 우리는 해외 자산도 제법 쌓았다. 미국 재무부 공시로 국가별로 보유한 미국 주식을 국민 1인당으로 계산했더니, 우리가 영국에는 뒤져도 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를 모두 누를 정도다. 이런 부유함을 누리기까지 우리 기업들은 피땀 흘려 시장을 넓혔다. 국민들도 불철주야 달렸다.

여기서 멈출 것인가. 앞을 봐야 한다. 21세기가 4분의 1 흐른 지금, 국제 정세 대전환기를 맞아 전진이냐 후퇴냐를 결정하는 기로에 섰다. 앞으로 세계 경제 키워드는 ‘비용 전쟁’이다. 1990년대 초 공산권 몰락, 중국의 개방,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등장에 힘입은 ‘30년 저물가·저금리 태평성대’가 막을 내리면서 세계는 다시 고비용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자유무역이 저물고 관세가 얹어진 데다, 전쟁과 에너지 대란이 장기화되며 물가와 금리는 1990~2020년 사이 30년보다 확실히 높아졌다.

고금리 시대엔 ‘저비용 고효율 사회 모델’이 절실하다. 영·프·독 유럽 3대장이 휘청이는 이유는 복지와 친환경에 거액을 쏟아붓는 비효율 모델을 고집하다 생산성이 낮아지고 갖가지 비용 청구서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집권 1기 때보다 포악해진 근본적인 이유도 금리 상승이다. 경제를 운용하는 비용이 크게 늘자, 이걸 다른 나라에 떠넘기려 멱살잡이를 한다. 결국 고금리 시대에 생존하려면 재정 여력부터 확보해야 한다. 빚더미 선진국들이 숨 쉬기 어려워하는 광경을 보고 있지 않은가. 올해 갚아야 할 국채 이자만 영국 204조원, 프랑스 110조원, 일본 98조원에 달할 정도다.

국제 거래용 화폐를 가진 나라들마저 ‘빚의 공포’로 떨고 있지만, 우리 땅에서는 무모한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나랏빚을 늘리는 데 거리낌이 없다. 국채 이자 비용을 우리 정부도 올해부터 30조원 넘게 물어야 한다. 그것도 모자라 정부는 기업들도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바꾸라고 강요하고 있다. 주 4.5일제,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로운 점이 없진 않겠지만 기업들에 훨씬 많은 비용을 치르게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비효율적 재정 집행과 과도한 기업 규제를 따라가다 보면 끝은 낭떠러지다. 그래도 유럽 국가들은 같은 통화를 쓰며 서로 몸을 묶고 있어 절벽 아래로 떨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구원해 줄 친구가 없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