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헌화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별세에 이재명 대통령은 두 차례 눈물을 훔쳤다. 빈소에서 유족 앞에 고개를 떨어뜨렸고, 국회 영결식에서 고인이 ‘대선 후보 이재명’이 적힌 잠바를 입은 생전 모습이 스크린에 떴을 때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여의도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말한다. “이해찬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재명도 없었을 것”이라고. 이 대통령은 전라도 출신이 아니다. 그렇다고 80년대 화염병을 던지며 학생운동을 한 것도 아니다. 대신 음주 운전 등 전과 4범 이력이 있다. 반대 진영은 물론 당내에서도 손가락질받기 일쑤였다. 이 대통령은 그 스스로도 여러 차례 말했듯 민주당의 ‘아웃사이더’ ‘비주류’였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한 번도 하기 힘든 제1 다수당 대선 후보를 두 번 했다. 이 전 총리는 이 대통령의 첫 대선 패배 뒤인 2022년 9월 출간된 회고록에서 “이재명은 굉장히 좋은 후보, 너무 아까운 후보다. 정치권에 그처럼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느냐”면서 재기할 힘을 보탰다.

이 전 총리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자당 역대 대통령의 탄생 과정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친노·친문·86그룹·신진 세력 등이 얽히고설킨 민주당을 아우르는 큰형님이었기에 ‘비주류 이재명’의 버팀목일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이해찬 회고록’ 사진을 올리고 “옆에 계셨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이해찬은 민주당에도 이 대통령 곁에도 없다. 한 의원은 “집권 1년도 안 된 여당이 신·구파 비슷하게 쪼개져 권력 싸움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이 전 총리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민주당은 요즘 ‘친명’ ‘친청(정청래 대표)’에 이어 ‘뉴이재명’ ‘뉴수박’ ‘문 어게인’ 등 온갖 신조어로 설전을 벌이고 세력 다툼 중이다.

집권 여당의 난맥상을 간과할 수 없는 건 국정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왜 대미 투자 특별법이 여태 통과되지 않느냐”고 미국이 우리 국회에 전례 없는 불만을 표출했다. 주한미군 전투기가 서해 상에 출격해 중국 전투기와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해 한미가 ‘사과’ 문제를 놓고 공방에 빠져 동맹 균열 우려가 제기됐다. 이 와중에 미국은 북·중·러와 한통속인 ‘불법 핵 개발국’ 이란을 침공했다. 온 국민에게 투자하라던 코스피는 폭락하고 환율은 달러당 15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런데도 거여(巨與)는 정체불명의 소수 강경 지지자(개딸)들의 구미에 맞는 사안에 혈안이 돼 입법력의 8할을 쏟아붓고 있다. 야당은 둘째 치고 개딸 반발 무릅쓴 ‘강행 처리’ ‘입법 폭주’는 안 되나? 민주국가에서 여당이 아무런 비위(非違)도 없는 현직 대법원장을 정치적 이유로 “역겹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사퇴 압박, 탄핵 운운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급변하는데 여의도는 구한말 방구석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