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25년여 전 크게 유행한 한 이동통신사 광고 대사다. 이 광고에서 차태현이 딴 사내에게로 가버린 김민희에게 “돌아와 달라”고 했을 때 돌아온 뜻밖의 한마디였다.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점잖게 포장돼 온 사랑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치판에서도 ‘사랑’은 움직인다. 여권의 강성 지지자들을 일컫는 ‘개딸(개혁의 딸)’이 분화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차기 민주당 대표, 더 나아가 대선 주자를 뽑을 힘(투표권)을 가진 개딸들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쟁탈전이 세력 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여당의 최대 화두는 현재 겉으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 하지만, 속으로는 ‘이제 다음은 누구?’에 꽂혀 있다. 2022년 대선 직후 이재명 대표 시절 일극 체제에 가까웠던 개딸 진영은 이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는 ‘명딸’과 신흥 권력인 정청래 대표를 미는 ‘청딸’로 나뉜 양상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여의도라는 ‘정치 콜로세움’에 등판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지지하는 ‘조딸’도 세를 불리고 있다. 조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문파(문재인 강성 팬)’들은 조 대표를 ‘문재인의 후계자’로 여기고 그를 뒷받침하려 한다. 한 여권 인사는 “명딸, 청딸, 조딸이 개딸 삼국지를 찍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삼국 통일이 이뤄지긴 할지, 한다면 누가 할지 모르지만 피 튀기는 전쟁이 몇 차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정 대표의 기습적인 조국혁신당과 합당 제안 발표는 친명 사이에서 “‘청·조(淸·曺)’ 동맹이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명딸’들은 지난 24일 주말 강추위에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저녁 늦게까지 ‘정청래 규탄’ 시위를 벌였다. 친명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비명횡사로 친문·수박들을 다 날렸는데 정청래가 합당으로 친문들을 대거 복귀시켜 당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는 글이 이어졌다.
반면, 김어준의 딴지일보 게시판 등에선 청딸들이 “범여 대통합은 대세”라며 지지 여론을 형성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29일 사견을 전제로 ‘정청래·조국 공동 대표론’을 띄웠다.
개딸 삼국지를 방불케 하는 범여권의 권력 전쟁에 “집권 여당이 지금 이럴 때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트럼프발 관세 위기, 미·중 간의 패권 전쟁, 그리고 고환율·고물가·고실업률 등 세계 경제·안보와 나라 살림이 심상치 않은데, 집권 여당의 유력 인사들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들이 밥그릇 싸움에 갇혀 있어서 되겠느냐는 것이다. 더불어 씁쓸한 건 여권은 싸워도 합치려고 싸우는데, 합쳐도 모자랄 야권은 전·현직 대표가 원수가 돼 싸우고 세(勢)가 쪼그라들어 여권의 ‘건강한 변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