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 변화

프랑스 1위 경제지 레제코가 최근 소셜미디어에 짧은 영상을 띄웠다.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작금의 프랑스 재정 위기의 주범이 누구인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는 콘텐츠였다. 요즘 프랑스는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국채 금리 급등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성장률이 2.4%에 그칠 정도로 나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복지에 투입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아 재정 파탄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레제코 영상은 1980년 이후 45년간 유럽 주요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이 비율은 현재 프랑스가 30%로서 인구 2000만명 이상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작년 프랑스 GDP가 4400조원쯤이었으니, 복지에 쓰는 나랏돈이 한 해 1300조원대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 영상은 프랑스가 원래부터 복지에 풍족한 돈을 투입하는 나라는 아니었다는 걸 분명하게 상기시킨다. 영상을 보면 1980년 프랑스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그해 독일 22%, 이탈리아 19%, 영국 18%였으니 당시엔 프랑스가 보수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1981년부터 급격하게 변한다. 그해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집권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1981년부터 1995년까지 재임했다./엘리제궁

현재의 프랑스 헌법이 시행된 1958년 이후 첫 좌파 대통령이 된 미테랑은 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을 대거 실행하며 나랏돈을 퍼부었다. 민간 기업과 시중은행을 대거 국유화해 세금으로 직원 월급을 주기 시작했다. 재임 기간 동안 공무원이 50만명이나 순증할 정도로 공공 부문을 비대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1983년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은퇴 연령을 65세에서 60세로 한꺼번에 5년 앞당긴 건 프랑스를 ‘빚의 지옥’에 빠뜨린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미테랑은 청년 실업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시달리자 60대 초반 근로자를 모두 집에 보내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탁상공론을 밀어붙였다. 그럴싸한 포장은 ‘진정한 복지 국가 건설’이었다.

결국 미테랑이 집권한 14년 사이 프랑스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16%에서 28%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그가 퇴임한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30%라는 점을 감안하면 프랑스 복지는 미테랑 혼자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생산성 저하와 실업률 급등 또한 그의 재임 기간부터 고질병이 됐다.

지금의 프랑스 재정 위기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따져보면 44년 전 취임한 미테랑의 과격한 지출 확대가 가장 큰 줄기다. 프랑스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그의 집권 기간 동안 22%에서 56%가 될 정도로 수직 상승했다. 시사점은 간명하다. 나라를 망가뜨리는 건 권력자 한 명의 만용이고, 그 폐해는 수십 년 지속돼 두고두고 후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