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윤덕민 전 주일본 대사와 식사를 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주일 대사로 2년여간 근무하며 한일 관계를 복원하는 데 힘썼다. 기자도 지난 1년간 연구년을 맞아 현업을 잠시 내려놓고 미국에 머문 터라 그간 한일 간 벌어진 일 등 궁금한 게 많았다.

민감한 것에 대해선 입도 뻥끗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만큼은 “나중에 꼭 찾아보라”고 할 정도로 강조했다. AI(인공지능)에 사활을 건 일본의 긴박한 움직임과 그 중심에 있는 손정의(일본명 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의 ‘금붕어 강의’였다.

국내 여러 매체를 검색해 봤다. 하지만 그의 금붕어 강의를 비중 있게 다룬 기사는 없었다. 소프트뱅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다행히 2023년 10월 강의 영상이 남아 있었다. AI 번역 프로그램 덕에 일본어 영상을 한국어로 별문제 없이 시청할 수 있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손 회장은 강연에서 금붕어 사진을 보여주며 “금붕어한테는 abc를 아무리 가르쳐도 소용이 없다. 이해를 못 한다”면서 금붕어는 인간 지능의 1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AI가 10년이 지나면 ‘AGI(범용 AI)’, 20년이 지나면 ‘ASI(수퍼 AI)’로 진화한다”면서 “범용 AI는 인간 지능의 10배, 수퍼 AI는 1만배는 될 것”이라고 했다. “20년보다 더 걸릴 것이라느니, 1만배가 아니라 1000배 아니 2000배라느니 의견이 엇갈리지만, 중요한 건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수퍼 AI 시대 때 인간은 금붕어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면서 “AI를 활용하느냐 AI에서 소외되느냐는 금붕어가 되고 싶지 않으냐 돼 버릴 것이냐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가 마치 신흥 종교 교주라도 된 것 같다며 멋쩍어했지만, 그는 “일본의 젊은이들이여 깨어나라, 불태워라” “젊은이뿐이 아니다. 몸은 늙었더라도 마음은 젊은 사람은 깨어나라, 일본을 위해” “테크놀로지(기술) 국가 일본아, 깨어나라”라고 했다.

지난 2023년 '소프트뱅크 월드'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인공일반지능(AGI)'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AGI는 가장 강력한 아군이자 파트너"라고 했다. /유튜브

그는 재일 교포 3세다. 조부는 경북 달구벌 농부였고 일본에선 광부였다. 부친은 파친코맨이었다. 불리한 가정 환경에서 그는 통신 사업과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로 일본 최고 부자 2위(4조2000억엔)에 올랐다. 빈말하며 허투루 산 사람은 아니다. 그의 금붕어 예언은 얼추 맞을 것이다.

손 회장은 강연에서 변화를 두려워하고 애써 외면하며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일본 기업의 경직성과 소극적인 태도를 안타까워했다. 사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 시총 1위 기업은 24년째 국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1위지만, 세계 순위에선 10위에서 계속 미끄러져 현재 56위다. 기술 혁신이 실종된 탓이다. 손 회장의 외침은 한국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간코쿠’(한국)는 금붕어가 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