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 한국어판이 얼마전 허난성 뤄양시에서 열린 역사 재현 행사를 소개했다. 5세기 북위(北魏)를 다스렸던 효문제(孝文帝)와 부인 문소황후가 고대 유적지 용문석굴에서 시종들의 시중을 받으며 분향하고 예불을 드리는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위는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 중인 '위효문제 예불도'. 아래사진은 지난 4월 25일 뤄양시 용문석굴 관광지 예불대에서 연기자들이 '위효문제 예불도'를 재현하는 모습. /신화망 홈페이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용문석굴연구원은 황제 부부의 예불 장면을 돌에다 조각한 부조상 ‘위효문제예불도’와 ‘문소황후예불도’의 인물 모습과 당대 문헌을 참고해 연기자들에게 옷을 입히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1분 51초짜리 동영상은 부조상 속 황제 부부와 시종들이 화려한 궁중 의상을 입고 조각 바깥으로 걸어나오는 것처럼 보이게끔 한 역동적 연출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꼼꼼히 고증하느라 준비 기간만 석 달이 걸렸다고 한다. 기사에는 황제 부부의 부조상이 도굴돼 각각 미국 캔자스시티 넬슨-애킨스 미술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소장돼 있는 유출 문화재라는 것도 소개됐다.

이 행사를 단순히 중국의 지역 문화 행사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효문제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 때문이다. 북방 유목민족인 선비족 출신으로 황제에 오른 그는 한화(漢化)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북방 지역에 있던 수도를 남쪽 뤄양으로 옮겼고, 선비족의 언어와 옷차림 등 고유의 습속을 금지했다. 문물과 제도를 모두 한족의 것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북위는 남북조시대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지만, 그가 소속된 선비족은 정체성을 잃고 한족으로 흡수돼갔다. 한 문화의 우월성과 지배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소재로 효문제는 더없이 좋은 소재인 셈이다.

중국이 신장위구르와 네이멍구, 티베트 등 독립 성향이 강한 소수민족 지역에서 밀어붙인 강압 정책으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요즘, 중국 당국이 원하는 ‘소수민족의 롤모델’로 효문제가 1500년 만에 ‘소환’된 것은 아닐까. 이번 행사가 중국이 인접 국가들의 역사와 문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역사 공정’의 일환이 아닌가 의심된다.

우리가 이를 타산지석으로 여겨야 하는 까닭이 있다. 한국은 반만년 역사에서 중국의 침탈을 버텨냈고, 근대국가인 대한민국 성립 이후에는 빠른 속도로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중국은 어떻게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침해하려는 역사 공정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몽(中國夢)’을 주창한 시진핑 집권기에 들어오면서 그런 흐름은 더욱 강해지는 양상이다.

한복과 김치를 자기네 문화유산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중국인의 생떼와, 백두산을 ‘중국 왕조의 영토 장백산’으로 바꾸려는 최근 중국 당국의 움직임이 대표적인 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중국의 역사 공정이 시도될지 경계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