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다녀온 후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중국이 자극받고 있는데 참고 있다”고 했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가 논의되자 민주당 대변인은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했다. 한국이 왜 참여하고 어떤 효과와 비용이 있을지에 대한 논의보다 “그러면 중국이 싫어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먼저였다.

6월 29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국제회의장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나고있다. /대통령실 제공

미국과 적극 협력하는 윤석열 정부의 행보에 대해 중국 정부나 학계에서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간에 ‘항의성 해명 요구’가 오가는 일도 잦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한국 정치권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중국인보다 더 중국의 반응에 민감해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나토를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냉전의 산물”로 규정한다. 1993년 나토가 구(舊)유고슬라비아 중국 대사관을 오폭(誤爆)한 이후 중국에서 나토는 ‘용서할 수 없는 적’이 됐다.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중국이 곱게 볼 리는 없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제삼자를 겨냥하고 제삼자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각국 정상이 나토의 초청을 받은 상황에서 참석 여부는 각국의 주권 사항이다. “이용당하지 말라”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좋다”며 우려할 순 있지만 반대할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중국도 안다.

미국 주도의 IPEF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경제, 공급망, 친환경 에너지 등을 협력 분야로 명시한 IPEF는 아직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일각에서는 논의 시작 단계부터 “사드 사태처럼 중국이 보복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중국의 반응을 먼저 살피는 분위기가 완연했다. 한 중국 학자는 “중국도 수많은 다자 협력체를 만드는데 IPEF를 무턱대고 반대할 수 있느냐”고 했다.

IPEF 회원국 가운데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화교가 다수 거주하는 동남아 7국도 포함돼 있다. 상당수 국가가 한국처럼 중국이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영자지인 자카르타포스트에서 관련 기사를 검색해 봤다. IPEF의 모호성, 미국의 대(對)동남아 정책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할지언정 중국의 반응이 논의의 중심은 아니었다.

3연임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떤 외교 청사진 속에서 한반도 정책을 펼칠지 파악하는 일은 한국의 국익에 중요 변수다. 하지만 중국의 거친 반응을 전부인 양 여기고 눈치를 보는 것은 외교가 아니다. 국익을 위해서는 중국을 설득하고 거래하고 국제사회와 연대해야 진짜 대중(對中) 전략이라고 부를만하다. 공중(恐中)은 사대주의일 뿐 지중(知中)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