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하루 간격으로 발표된 NBS 조사와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최고점을 찍었다. 각각 69%와 65%였다. 민주당 대(對) 국민의힘 지지율은 46%대 18%, 46%대 19%로 거의 똑같이 나왔다. 두 기관 조사는 상대적으로 신뢰도를 인정받는 편이다. 양쪽 결과가 비슷하니 현재 민심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권역별 정당 지지율은 두 달 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성적표가 얼마나 처참할지 예고한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민주당이 40%대 후반, 국민의힘이 10%대 후반이다. 후보 개인기로 따라잡기 힘든 간격이다. 부산·경남조차 민주당이 10%p 안팎 차이로 앞선다. 이번 선거 유일한 접전 지역은 대구·경북이다. NBS에선 25% 대 27%, 갤럽에선 27% 대 27%였다. 보수 정당이 늘 두 배 넘게 이기던 곳인데 승패를 알 수 없는 혼전이다. 이런 추세라면 보수 정당이 17개 시·도지사 중 대구, 경북 두 곳만 건진 2018년 지방선거보다 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선거판 모양새 자체가 그때와 빼닮았다. 보수 정당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1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다. 그것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다른 모래주머니까지 주렁주렁 달렸다. 8년 전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을 모셨던 총리 출신 대표가 탄핵의 강(江)을 건너지 못하고 허우적대더니 이번 국민의힘 대표는 대놓고 ‘윤(尹) 어게인’을 외치며 나락에 빠져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당 대표들이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다 당을 내전에 빠뜨리는 대목까지 평행선이다.
8년 전보다 더 볼썽사나운 대목도 있다. 당이야 결딴나든 말든 “내 몸 하나만 추스리면 된다”는 의원들 행태가 대표적이다. 승산 없는 지역엔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 한다. 호남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충청권도 후보 구하기가 어렵다. 당장 승부가 어려워도 당의 미래를 위해 깃발을 들겠다는 감투 정신은 실종 상태다. 반면 TK 지역은 대구 9명, 경북 6명 등 경선 신청자들이 디글디글했다. 쓰나미를 피해 높은 지대로 몰려드는 이재민 행렬을 보는 듯하다.
고향에서 체급을 키운 뒤 중앙 무대로 진출해 큰 꿈을 꾸는 게 정당 생태계다. 그래야 정상이다. 국민의힘은 정반대다. 수도권에서 얻은 유명세로 고향 공천을 따낸다. 본선을 쉽게 치르려는 퇴행이다. 서울, 인천, 경기에서 활동하던 정치인들이 영남 공천에 기웃대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최근 두 차례 대구시장도 서울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내다 낙향했다. 이번 대구 시장 경선 과정에서도 집안싸움으로 드잡이를 하고 있다. 망해가는 당 돌아가는 꼴이 참 민망하다. 20년 전 선배들은 그렇게 처신하지 않았다.
보수 정당은 1997년 대선에서 첫 패배를 맛봤다. IMF 환란이라는 초유의 사태 탓이라 여겼다. 5년 후 정권 재탈환을 자신했는데 2002년 대선에서 또 졌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충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 수백억대 대선 자금 수사가 시작됐다. 당사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다가, 차떼기로 지역에 배달된 현금 다발 얘기가 뉴스를 뒤덮었다.
이대로 2004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다들 느꼈다. 하나둘 불출마 선언이 터져 나왔다. 영남 중진들이 앞장섰다. 정창화 의원(경북 군위·의성, 5선)은 “별로 남긴 일도 없이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다”고 했고, 박헌기 의원(경북 영천, 3선)은 “대선 패배로 나의 시대적 역할은 끝났다”고 했다. 김동욱 의원(경남 통영·고성, 4선)은 “너무 오래 당에 부담만 줬다”고 했다.
자신들을 밟고 가라는 메시지였다. 최종적으로 28명이 정치 생명을 내려놓았는데 영남이 14명이었다. 영남 지역구 비율이 4분의 1인데 불출마는 절반이었다. 국민들의 싸늘했던 시선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국힘에 등을 돌린 민심은 어떻게 돌려 놓을 수 있을까.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가 “국민이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보수가 산다”고 했다. 표를 얻으려는 정략적 발언이다. 하지만 지지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있는 상태인가. 이참에 허물고 새 집을 짓게 해야 하나, 아니면 부축해 일으켜 세워야 하나. 앞으로 한두 달 새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국민의힘 사람들 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