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논설주간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독재정권 하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 소속 박성준·이건태 의원 등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 검찰 수사·기소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와 관련 국민의힘에 "국정조사특위 구성에 즉각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아, 이건태, 박성준, 이용우, 김승원, 이주희 의원. /남강호 기자

‘공소 취소’가 얼마나 유별나길래 집권 세력을 소란스럽게 만드나 궁금해졌다. “1년에 몇 건 정도 생기는 일이냐”고 법무부에 물었다. “통계로 잡지 않는다”고 했다. “극히 드문 일”이라는 보충 설명도 따라붙었다.

챗GPT에 “언론에 보도된 공소 취소 사례를 모두 찾아 달라”고 했다. 2023년 10월 KBS 보도, 딱 1건뿐이었다. “필리핀에서 온 소포를 열었다가 마약 사범으로 구속됐는데, ‘마약과의 전쟁’ 성과를 올리려는 국정원 정보원의 함정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KBS가 억울한 사연을 보도하자 검찰이 공소를 취소했다”는 내용이었다.

형사소송법 255조는 “공소취소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할 수 있으며 그 이유를 서면에 기재하거나 공판에서 구술한다”고 정하고 있다. 검찰이 엉뚱한 사람에게 죄를 물으려다 100% 잘못이라는 사실이 확인돼 1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절차가 공소 취소다. 검찰에는 치욕이다. 그래서 통계도 잡지 않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전 받고 있던 재판 5건에 대해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민주당 의원 172명 중 105명이 가입했다. 3명 중 2명꼴이다. 기소가 조작됐는지 규명하겠다는 국정조사 요구서에는 141명이 이름을 올렸다.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2건은 피선거권이 걸린 문제였다. 이미 대통령으로 당선됐으니 유무죄가 의미가 없어졌지만 선거법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이뤄졌다. 2심에서 유죄 확정 판결만 나오면 끝이다. 위증 교사는 1심에선 무죄가 나왔지만 그에 앞선 영장 청구 판결에선 “위증 교사는 혐의가 소명됐다”는 판단이 나왔다. 유무죄를 충분히 다툴 만한 사안이라는 뜻이다.

대장동 사건은 2021년 8월 경기도 지역 신문이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는 누구 것입니까”라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민주당 경선 상대였던 이낙연 후보 진영에서 제보했다. 한 달 뒤 검찰은 떠밀리듯 여당 후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한 지 반년 가까이 흐른 시점이었다. ‘윤석열 검찰’이 조작 기소했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부터 맞지 않는다. 중앙일보가 “대장동 말고 백현동도 있다”고 단독 보도한 백현동 사건은 대장동과 등장인물 및 구조가 쌍둥이처럼 닮았다. 대장동을 수사하면 백현동을 수사 안 할 방법이 없다.

이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관계자에 대한 대장동 1심 판결이 작년 가을 나왔다. “성남시가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로 수천억 원의 부당 이익을 몰아줬다”면서 김만배, 유동규씨 등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은 ‘이재명’을 390여 차례나 언급하며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이 대장동 사업을 보고받았다고 판단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대장동 기소가 근거 없는 조작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재판은 대북 송금 사건이다. 이 대통령과 공범 관계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800만달러는 경기도 사업비와 도지사 방북 비용을 대납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이화영이 공모했다”는 것이 판결 요지다.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 평화부지사 자리를 만들어 임명한 시점은 2018년 7월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남북 평화 프로세스에 이재명 지사만 끼워주지 않아 몸이 달았을 무렵이었다. 대북 사업 하라고 특별히 임명된 이화영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 몰래 쌍방울과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지사가 보고받았다면 사법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3심까지 공범에 대해 중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공소 취소를 하라는 것은 검찰은 물론 1심, 2심 재판부 심지어 대법원까지 허무맹랑한 판단을 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 대통령 한 사람의 퇴임 후 안전을 위해 사법 체계 전체를 무능하고 무책임한 허수아비 집단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쯤 되니 진보 진영을 무조건 감싸고 도는 나팔수들마저 공소 취소를 문제 삼고 나선다. 유시민씨는 집권당 의원들의 공소 취소 모임에 대해 “미친 짓”이라고 심한 말을 했다. 김어준씨 방송에서 MBC 전직 기자가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이 고위 검사들에게 공소 취소를 요구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무리한 주장에 대해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소셜 미디어에 올린다. 그러나 자신의 재판에 대해 공소 취소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이 없다.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이 내심 바라고 있다는 뜻 아니냐”는 논평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