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지방선거 역시 민주당 정권의 압승으로 끝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경선 후보 등록 신청을 하지 않고 다른 후보들도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국힘이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현실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폭주하고 있지만 지방선거마저 석권하면 거칠 게 없어질 것이다. 길게 보아 나라와 국민에 결코 좋지 않고 민주당에도 해롭다.
국힘 위기의 근원은 모두 알다시피 윤석열 계엄 망동 때문이다. 그 파장이 워낙 커 국힘이 윤을 벗어나 당을 쇄신하고 선거에 참여한다 해도 쉽지 않다. 그런데 국힘 지도부는 ‘윤 어게인’ 세력에 둘러싸여 있다. 최근 국힘 의원들이 단체로 ‘절윤’ 선언을 했지만 지도부와 그 주위의 ‘윤 어게인’ 세력은 여전하다. 정략적으로 징계했던 사람들을 복귀시키는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실질적 조치가 없으면 국민은 여전히 국힘 지도부를 ‘계엄 잔존 세력’으로 볼 것이다. 지지할 국민이 많겠는가.
이 국힘 지도부는 이미 생명력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국힘이 보수층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정당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혼돈과 혼란이 어떻게 정리돼 나갈지 불확실한 가운데 지방선거를 맞게 됐다. 위기를 넘어설 뾰족한 방법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 하고 국민에게 희망의 단초라도 보여줘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손잡고 함께 나선다면 국민이 이들은 물론이고 야권 전체를 다시 볼 것으로 믿는다. 성사 가능성은 10%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 사람이 손잡을 수 없는 이유를 찾자면 10가지도 넘을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성사만 되면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다.
서울시장은 정치인인 동시에 행정가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정치인일 수밖에 없다. 행정가가 서울시장이 돼서도 안 되고, 서울시장이 행정가처럼 해서도 안 된다. 당적을 갖고 투표로 선출되는 자리이고, 주요 결정 사항은 거의 모두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으며, 싫든 좋든 언제나 정치권의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정치보다 행정에 더 치우친 행보를 보여왔다. 지금의 국힘이 이렇게 되는 데 ‘행정가 오세훈’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다. 당의 실질적 중진으로서 정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오 시장이 한 전 대표와 이 대표 손을 함께 잡고 국민 앞에 나서면 아쉬웠던 정치 리더십을 오랜만에 보여줄 수 있다.
한 전 대표가 당에서 제명된 후 장외 집회를 한다고 했을 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혀 예상 밖의 인파가 모였다. 서울 여의도 집회는 ‘요즘도 이렇게 많은 대중을 모을 수 있는 정치인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웠다. 대구와 부산 집회의 열기 역시 누구도 폄하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반대편에선 ‘동원된 인파’라고 하지만, 강제로 끌려왔거나 돈 받고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한 전 대표는 제명 파동을 거치며 대중 정치인으로 확실히 올라섰다.
문제는 한 전 대표에 대한 비토층 역시 크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수층 내에서 한 전 대표에게 반감을 가진 사람이 상당하고 심지어 혐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 전 대표가 이 한계를 넘어서려면 무엇보다 ‘자기 희생’이 필요하고 본다. ‘지금 하나를 내주고 나중에 둘을 받는’ 정치를 해야 한다. 한 전 대표가 오 시장, 이준석 대표와 손을 맞잡으면 열광적인 지지층뿐만 아니라 비토층에서도 그를 다시 볼 것이다.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역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개혁신당도 나름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작은 정당으로 머물러 있을 생각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국회의원 총선도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 대표의 정치적 포부를 위해서도, 개혁신당의 목표를 위해서도 더 큰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 이 대표 역시 보수 내 비토층의 문제를 안고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오 시장, 이 대표와 교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향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다. 어떻게 보면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계산도 오세훈, 이준석, 한동훈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선 그림을 앞설 수 없다. 그 순간 국힘 당권파가 아니라 이 세 사람이 야권 화제의 중심에 설 것이다. 지방선거 승패를 떠나 이 동력을 살려 나가면 새로운 보수 정치 중심 세력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세 사람 간의 경쟁은 그다음에 해도 된다. 계엄 파동 이후 보수층은 정치에 실망을 넘어 포기하고 외면하는 상태에 있다. 단 한 번 감동적인 정치를 보지 못했다. 지금 감동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오·이·한 이 세 사람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