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과 정청래 당 대표 당선, 그 이후 민주 국힘 두 당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과거에 알던 그 당들이 아니다.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때까지의 민주당이 아니고, 국민의힘은 박정희 대통령에 뿌리를 둔 그 국힘이 아니다. 당 대표와 의원들이 아니라 당원들이 크게 바뀌었다. 그래서 일시적이 아닌 근본적 변화일 수 있다. 우리 정치의 문법과 작동 방식이 바뀐다는 얘기다.
김대중 대통령때까지 민주당 당원들은 호남 출신들을 중심으로 한 ‘DJ 충성 집단’에 가까웠다. 노무현 등장 이후 이 당원들이 바뀌었다. 노사모 같은 세력들이 민주당 당원으로 대거 들어왔다. 이들은 개인이 아니라 이념이나 가치에 충성하는 성향이 컸다. 자신들 생각에 맞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의 팬덤이 되는 식이다.
민주당 당원이 통칭 500만명이라는데 이 중 투표권을 가진 권리당원은 130만명 정도라고 한다. 이 당원들 사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 이른바 ‘개딸’이다. 개딸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고 처음에 노사모로 출발했다가 다음엔 친문이 되고, 친명이 되고, 친청(정청래)이 됐다. 숫자는 많아야 10만명 안팎이라고 하는데 영향력은 과반수를 넘는다.
이들로 인한 민주당의 변화는 이재명 대통령이 요즘 ‘당하는’ 일들을 보면 잘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사실상 박찬대 전 원내대표를 밀었지만 정청래 대표에게 더블 스코어로 밀렸다. 과거 대통령 취임 초기에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개딸들은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들 성향에 더 맞는 것으로 보이는 정 대표를 택했다.
그 후 이 대통령은 방송법 개정, 검찰 개혁, 대야 관계, 법 왜곡죄 등에서 자신의 뜻을 100% 관철하지 못하고 정 대표를 앞세운 개딸 여론에 밀리는 듯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이 대통령이 “야당 존중”을 말한 직후 정 대표가 “야당 해산”을 말하고, 대통령은 “실용 외교”라는데 정 대표는 “통일부 지지”를 공언했다. 이제 민주당 정권에서 ‘대통령이 정하면 당은 따른다’는 공식은 잘 통하지 않는다. 이미 이 대통령은 개딸 여론을 살피며 의식하는 것 같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지방선거 후인 8월 전당대회에서 진검 승부가 불가피하다. 이 승자가 다음 국회의원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 정 대표가 또 이겨 대표가 되면 이 대통령은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이 승부 역시 개딸의 향배에 달려 있다. 이 대통령이 개딸의 입맛에 맞추려 한다면 앞으로 국정은 보다 강경해질 것이다.
국민의힘도 비슷한 변화가 진행중이다. 2021년 이준석 대표가 당선될 때 당원 30만명이 지금은 책임당원 기준으로 100만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중 25만명이 장동혁 대표가 당선된 뒤에 들어온 당원이다. 국힘에선 이 25만명 중 상당수가 반탄(反탄핵), 반한동훈, 부정선거론, 윤 어게인 성향이라고 한다. 여기에 기존 당원 중 다수인 영남 출신 중에서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의 탄핵을 거치며 당원들 구성이 점점 극단화되고 있는 것이다. 당 차원의 개혁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됐을 수도 있고, 당원들이 이렇기 때문에 애초에 당 개혁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장 대표는 다시 당 대표 선거를 해도 이들 당원들만 있으면 또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의 최근 언행은 이런 당원 구조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본다.
2월초 NBS 조사에서 ‘한동훈 제명이 국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라는 질문에 전 국민 여론은 “부정적”이 35%, “긍정적”은 18%였다. 하지만 국힘 지지층(21%)만 대상으로 하면 “긍정적”(37%) “영향 없다”(31%)가 “부정적”(26%) 보다 많았다. 국힘 당원으로 더 좁히면 이 차이는 더 커질 것이다. 국힘 지지층은 일반 국민 여론과 멀어지고 있고 국힘 당원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반한동훈은 몰라도 ‘윤 어게인’으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는데도 국힘 당원 여론은 다르다고 한다.
현재 당원 구조로 볼 때 지방선거에서 국힘이 참패해도 장 대표 혹은 그와 비슷한 사람이 다시 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국힘 내부에서 숫자가 많고 비중이 큰 대구경북 의원들은 이런 당원과 지지자 동향에 민감하다. 이들은 다음 총선에서 다시 공천만 받으면 또 당선되기 때문에 당원과 지지자들 눈치를 보면서 장 대표 체제에 침묵으로 순응하고 있다.
이 대통령 표현을 빌리면 우리가 알던 민주당과 국힘은 ‘재래식 유물’이 돼가고 있다. 양쪽 다 강성 당원들에 점점 더 좌우된다. 이것은 당원 주권 회복인가 정치 막장인가. 아직 우세한 민주당은 선거 승리와 당 체질 개선이 선순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열세인 국힘은 당원들 성향이 당의 선거 패배를 부르고 이 패배가 당원들을 더 소수 극단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