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만 따지자면 상극에 가까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묘하게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줄줄이 사법 리스크를 달고 있고, 유치장 담장 위를 아슬아슬 걷는 곡예 끝에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퇴임 후로 재판을 미뤄 놓았다. 평행선은 거기까지일 줄 알았다. 머릿속 의제는 스펙트럼 양쪽 끝이니 대통령 취임 후 업무 스타일은 상반될 것으로 짐작했다.
“대통령은 주말 동안 비판 언론을 향해 분노의 폭풍 트윗을 쏟아냈다. 자신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는데 언론은 깎아 내릴 구실만 찾는다고 불평했다.”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4월, 미국 언론이 전한 대통령 모습이다.
“대통령은 지난 주말 7건의 게시물을 X(옛 트위터)에 올렸다. 새벽과 이른 아침을 가리지 않고 직접 메시지를 내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정부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하면서 언론이 억지로 비판하는 ‘억까’를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 관련 보도다. 한국의 진보 대통령과 미국의 보수 대통령의 닮은꼴은 취임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 게시글은 부동산 정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책이면 ‘성공이냐 실패냐’인데, 대통령은 ‘이기느냐 지느냐’를 따진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없다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은 경제 주체들이 상호 작용하는 곳이다. 수십만, 수백만 명이 집을 팔고, 집을 사면서 거래가 형성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원칙에 따라, 장애물을 만나면 에둘러 가며 길을 찾아간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을 결투 장소로 인식한다. 정부가 다주택 보유자를 쓰러뜨려야 할 곳이다. 시장은 물결처럼 흘러가는데, 대통령은 한 명 한 명 적을 찾아내 저격할 태세다. 국회 과방위원장이 딸 결혼식을 챙기는 것을 깜빡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난해하다는 양자역학의 부조리극을 보는 듯하다.
이 대통령은 “내란조차 극복했는데 부동산 투기 하나 못 잡겠느냐” “부동산 정상화는 5000피보다 훨씬 쉬운 일”이라고 했다.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이재명은 한다. 이번이 마지막 탈출 기회”라고 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엄포다. 진보 정권이 이번에도 부동산 전투에서 패배할 줄 알고 버티다간 큰코다친다,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여분의 집을 빨리 팔아 치우라는 거다.
그런데 대통령이 자랑한 업적이 정말 대단한 거였나. 내란을 극복했다는데, 이 대통령이 계엄을 이겨냈다는 뜻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망상적 계엄은 국회 표결로 불과 두 시간 만에 허망하게 종료됐다. 이 대통령 스스로 “정치는 우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자빠지고 그러면 우리가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계엄은 윤 전 대통령 스스로 자빠진 일이라는 평가고, 사실이 그랬다. 코스피 지수 5000 달성은 이 대통령이 공약했고, 관련 법령 정비를 통해 여건을 조성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핵심적인 공로는 인공지능 시대가 만개하는 글로벌 수퍼 사이클을 올라탈 수 있는 역량을 비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반도체 빅2에 돌리는 것이 옳다. 마치 이 대통령 개인 마법이 통한 것처럼 포장하는 건 겸연쩍은 일이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가한 시간에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릴 여유가 없다. 이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도 모두가 잠든 시간에 폭풍 트윗을 쏟아낸 이유다. 한밤중 번뜩인 생각을 따라 거침없이 써내려간 글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흐르게 되는지, 그래서 다음 날 맑은 정신에 읽어 보면 얼굴이 화끈거렸던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쓴 글들은 포커 고수가 다주택자들을 상대로 내가 무서운 패를 갖고 있으니 카드를 접으라고 겁을 주는 듯한 모습이다. 정말 패가 자신있는 것일 수도 있고 제발 상대가 겁을 먹고 꼬리를 내려줬으면 하는 초조함일 수도 있다. 앞서 두 진보 대통령도 비슷한 블러핑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강남불패라는데 그 문제에 관한한 나도 불패로 가겠다”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 벌이는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 다 정권말 “집값을 못잡아 죄송하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민들이 대통령보다 담력이 세서 버틴 게 아니다. 대통령 말대로 했다가는 손해를 볼 것 같아서 집을 팔지 못했을 뿐이다. 시장에서 협박은 안 통한다. 집을 파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계산서를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