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 작전은 육·해·공·특수·사이버·우주군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으로 미국 외 어떤 나라도 흉내 낼 수 없다. 이런 미군을 전시에 한국군이 지휘한다는 것이 전시작전권 전환이다. 한반도 전쟁은 마두로 체포보다 수백 배 큰 문제다. 미국이 국방전략(NDS)에서 북한 방어는 한국이 맡아야 한다고 하자 전작권 회수론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에 반드시 전작권을 ‘환수’한다고 한다. 비현실적이고 무의미하며 위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 발발 시 한국 공군 중 북 지역에 들어갈 수 있는 전투기는 스텔스인 F-35 39대밖에 없다. 전자전 능력 부족으로 F-15K 등은 북한 방공망을 피하기 쉽지 않다. F-35 39대도 정비 등 문제로 실제 동원 가능한 기체는 30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스텔스기는 미군의 사실상 허가를 얻어야 이륙할 수 있다. 이 전력은 전쟁 시 한반도에 전개될 미 7공군 전력의 10분의 1도 안 된다. 10배 작은 것이 10배 큰 것을 지휘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한국 해군은 항모와 원자력 잠수함이 없다.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있는 이지스함은 1척뿐이다. 미 7함대에 비해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이 작고 항모 운용, 원잠 작전을 해본 적도 없는 한국이 전쟁 시 미 해군을 어떻게 지휘하나. 이제 미군은 다영역군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략군과 우주군이 핵심이다. 한국은 이 분야는 아예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미군을 지휘하나.
미군을 지휘하려면 미군의 지휘통제체계와 연동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군 지휘통제체계는 보안과 기능에 문제가 있고 심지어 육해공군이 나뉘어 있다. 미군은 이 한국군 체계를 자신들 지휘통제체계에 연동시키는 것을 기피한다고 한다. 전시 지휘를 무엇으로 어떻게 하나.
전쟁이 나면 킬체인, 미사일 방어, 대량 응징 보복이 수행돼야 한다. 여기엔 전략 정찰 능력이 핵심이다. 한국군 보유 자산 중에 북 군단의 후방을 볼 수 있는 것은 글로벌호크와 위성 5기뿐이다. 격추 위험이 있는 글로벌호크는 평시 정찰용으로 전시 사용은 제한된다. 위성 5기로는 턱도 없고 최소 20기 이상이 필요하다. 전쟁의 시작이자 끝인 정찰을 미군에 의존하면서 미군을 어떻게 지휘하나.
모든 전쟁은 군수와 병참이 좌우한다. 한국군이 가장 뒤떨어진 분야 중 하나다. 탄약 비축량은 전면전 시 열흘도 못 버틴다. 연대나 대대의 군수 장비 상당수는 고장 나 있다. 무전기는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졌고 심지어 북한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현대전 기본인 야시경조차 거의 없다. 이 분야에서 ‘외계인’으로 불릴 정도로 앞서 있는 미군을 어떻게 지휘하나.
어차피 전쟁이 안 날 것이기 때문에 전작권 회수라는 ‘폼’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군 4성장군이 된다. 미군은 같은 계급인 타국 장성의 지휘를 받은 전례가 없다. 미군 측 부사령관은 3성 장군으로 격하될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주일 미군과 일본 자위대를 합쳐 단일전구사령부를 만들고 사령관에 4성 장군을 보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주한 미군은 점차 이 전구사령부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갈 것이다. 이 파장은 전시, 평시를 막론하고 우리의 지위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군이 한미연합사 사령관직을 떠나면 그 후 한미 훈련은 한국군이 요청하는 형태가 된다. 미군은 자산 전개 등 비용을 청구할 것이다. 한국에 있는 미 3성 장군은 전시는 물론이고 평시에도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와 일본의 단일전구사령부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위험한 일이다.
민주당 한 사람은 “전작권을 우리가 갖고 있어야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전작권이 없어도 한국 대통령이 ‘데프콘(방어준비태세)’에 동의하지 않으면 전쟁이 선포될 수 없다. 전작권에 관해선 이렇게 구체적 사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들이 너무 많다.
이 모든 문제를 떠나 한국군 장군들은 전시에 한미 연합군 작전을 기획, 지휘하고 주도할 능력이 없다고 본다. 우리 장교들은 개인적으로는 우수하지만 현대전 전술, 전략, 전사, 무기 체계 등에 대해 연구·훈련할 기회가 너무 적다. 잡무에 시달리고 병사들 뒤치다꺼리에 정신이 없다. 훈련은 대부분 형식적이다. 지금도 한국군은 평상시 북한의 도발 정도는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작권이 발동되는 전면전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전면 전쟁에서 미군을 지휘할 수 있으려면 국방비를 몇 배 올리고, 군 복무 기간을 2년 이상으로 늘리고, 예비군을 이스라엘처럼 실제 전력으로 무장, 강훈련시키고, 장교와 병사를 실전 전사 집단으로 바꿔야 한다. 예비역 장성 한 분은 “국방비를 10배 올려야 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 중 단 하나라도 할 수 있나. 다 된다고 해도 전작권 행사 수준에 오르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다.
전작권은 자존심이나 주권, 국내 정치 이슈가 아니다. 어느 쪽으로 가야 김정은의 오판을 막을 수 있고, 전쟁 발발 시 적은 비용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이길 수 있느냐의 문제다. 답은 자명하다. 트럼프 때문에 유럽에서도 방위 주권론이 나왔다. 이것이 비현실적 망상이라는 것을 아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한마디 했다. “모두 꿈 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