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700톤급 핵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며 함체 전체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5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한국의 핵잠 도입사업에 대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는 공격적인 행위"라며 "반드시 대응해야 할 안전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에 대한 가장 정확한 규정은 ‘극장 국가’라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명실상부한 것은 김씨 권력뿐이고 나머지는 ‘마치 정말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들’이다. 평양의 화려한 수십 층 아파트들은 안으로 들어가 보면 부실 공사에다 전기 부족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춰 있다. 지방에선 주민들이 “세계 제일로 행복하다”고 노래 부르는데 실상은 헐벗었다. 김정은이 이런 실상을 아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실상에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이 자신들 실상에 노심초사한다면 심리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에서 실제보다 겉모습이 가장 극적으로 부풀려진 분야가 군(軍)이다. 김씨 권력이 외부 세계에 충분한 경고를 보내는데 북한군의 실제 모습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군의 ‘위력’이 주민들에게 ‘위안’이자 고생해야 하는 이유가 됐기 때문에 군사력은 끊임없이 과시돼야만 한다. 열병식이 자주 열리는 이유다. 그런데 그 열병식 행렬 속 탱크가 고장 난 모습이 노출됐다. 북한군의 실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김정은은 한국에서 밀덕(밀리터리 덕후)으로 불리는 ‘군사 마니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밀덕이 무기 프라(플라스틱)모델을 사 모으고 자랑하듯 신형 군 장비들을 ‘나도 있다’라며 줄줄이 과시한다. 고고도 정찰기, 신형 전차, 정찰 공격 드론, 각종 미사일, 함정 등 김정은이 내세우는 무기들은 모두 한미가 보유한 장비의 겉모습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이 복제품들의 실제 성능은 미지수다. 군 장비는 민간보다 제작 기준이 더 엄격한데 북한의 제조업 능력은 한국의 1970~80년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서해에 떨어진 북한 ‘정찰위성’을 건져보니 수십만원짜리 니콘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목표를 수km 벗어난 북한 탄도미사일 잔해에선 일본 자동차 볼베어링이 나왔다. 러시아군에 제공한 북한 대포는 제철 기술 부족으로 포격 중간에 부속이 떨어져 나가고 심지어 금속 부분이 찢어졌다. 포탄의 오차는 심각했다.

연평도 포격은 북한에서 상태 좋은 포와 포탄을 모아서 쏜 것인데 로켓포탄 절반이 바다에 떨어졌다. 그나마 상당수는 불발탄이었다. 자주포는 사격 화염이 밖이 아니라 내부로 쏟아져 들어왔다. 북한에서 ‘성공했다’는 미사일 발사는 설사 성공했다 해도 고가의 수입 부품으로 만든 시험용 미사일 몇 개의 얘기다. 이를 대량 생산하면 다른 문제가 된다. 북 기갑부대 장교 출신 탈북민은 “전쟁이 나면 북한 탱크 절반은 고장 나서 설 것”이라고 했다. 북한 군인 20~30%는 영양실조이고 실제 주로 하는 일은 건물 공사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2023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 /연합뉴스

‘다행스럽게도’ 김정은은 북한군의 실제 상황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밀덕질을 계속 하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핵잠수함’이다. 녹 방지 도료를 발라 거대한 함 전체가 붉게 보인다. 시각 효과를 높이려 일부러 그 상태에서 공개했을 것이다.

아직 정확한 실체를 몰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 ‘핵잠’이 실제 진수되면 대형 사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핵잠이 높은 수압을 견디려면 ‘HY100’이라는 특수 강철로 만들어야 한다. 이 강철 제조 기술은 한국 등 소수 국가만 갖고 있다. HY100강은 용접도 고난도 기술인데 북한은 할 수 없다. 만약 김정은 ‘핵잠’이 북한의 일반 철판으로 만들어졌다면 언젠가는 수압을 견디지 못할 수 있다. 러시아 핵잠수함들조차 심각한 바닷속 사고를 일으켰다. 김정은 ‘핵잠’은 완성된 뒤가 더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밀덕질의 특징은 ‘그다음’이 없는 것이다. 크게 선전했던 ‘인공위성 센터’는 그 후 소식을 알 수 없다. 핵미사일을 발사한다며 화려하게 진수식을 했던 재래식 잠수함은 잠수하면 부상하기 힘든 괴상한 구조여서 그냥 떠 있기만 한다. 한국 이지스함을 흉내 낸 북한 구축함 두 척은 전 과정이 희한하다. 군함은 진수 후 1년 이상 시운전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야만 하는데 진수하자마자 미사일 발사부터 했다. 군함은 움직이며 사격하는데 서 있는 상태에서 했다. 위에서 찍은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이 배에 엔진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레이더도 실제 있는지 불확실하다. 또 한 척은 진수식에서 바다에 빠져 폐기할 수밖에 없는데 건져서 세워 놓았다고 한다. 북한은 조선업이 취약하다. 소형 군함과 70여 년 전에 설계된 잠수함 정도를 건조해 봤다. 그런데 현대 모든 함선 중 가장 복잡한 ‘핵잠’과 ‘이지스함’ 두 척이 갑자기 등장했다. 제조업에서 중간 단계가 생략된 이런 축지법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김정은에게 필요한 것은 이 군함들의 실제 성능이 아니라 한국 이지스함처럼 미사일을 발사하는 멋진 사진일 것이다.

북한은 낡고 부실한 무기와 핵폭탄을 동시에 갖고 있다. 천안함 폭침처럼 기습할 수도 있다. 북한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하지만 과대평가해서도 안 된다. 김정은이 노리는 것이 ‘과대평가’가 가져올 ‘몸값 상승’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밀덕질로 작은 국력을 계속 낭비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그 실상과 허상을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