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미는 주력 상품은 국민성장펀드다. 정부·민간이 함께 모은 돈을 혁신 분야에 투자해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애초 5년간 100조원 규모였는데 150조원으로 확대한다고 이 대통령이 지난주 발표했다. 같은 날 대통령이 참석하는 관련 행사가 열렸다.
국민성장펀드는 2020년 9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뉴딜펀드의 확장판으로 보인다. 구조가 흡사하다. 정부·금융사·연기금·기업 그리고 국민이 돈을 대서 AI·반도체·로봇 같은 전략 산업을 지원하고 수익을 나누겠다고 설명한다. 5년 전 보도자료를 보니 유사한 문구가 적잖다. 시중 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유인’하겠다거나, 정부 자금은 ‘마중물 역할’을 하고 펀드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강조한다. 손실이 나면 정부가 대부분을 떠안겠다는 내용(후순위 출자·보강)도 비슷하게 들어 있다.
뉴딜펀드도 5년 전 출시 때는 요란했다. 지난주 행사처럼, 관계 장관과 재계·금융계 대표를 모아놓고 대통령이 선포식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다섯 개 펀드에 1000만원씩을 넣었다. 정권이 지원한다고 인기 몰이를 해 개인 투자자용 펀드는 출시 첫날 ‘완판’됐다. 정부는 첫해 목표한 4조원보다 많은 5조6000억원을 모았다고 자랑했다.
이 펀드의 목표 규모는 5년간 20조원, 기간은 올해까지였다. 하지만 결산 보고회 소식은 없다. 다른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률이 부진하다는 초기 보도가 나오면서 인기는 진작에 식었다. 2022년 정권 교체 후엔 ‘뉴딜’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졌다. 여기저기 생긴 부처 및 금융사 내 뉴딜 조직은 신속하고 조용하게 간판을 내렸다.
뉴딜펀드에 관한 종합적인 실적 보고서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투자한 국민 입장에서 평가 가능한 지표는 개별 펀드 수익률뿐이다. 문 전 대통령이 산 대표 펀드 다섯 개의 2021년 초 이후 수익률을 뽑아 보니 두 개는 30~40%대 손실을 기록 중이고 다른 둘은 수익률이 코스피는커녕 예금 수준에도 못 미친다. 다섯 중 하나만 코스피보다 올랐다. ‘국민의 부를 불려주겠다’는 선언이 무색하다. 이 대통령은 “금반지를 모아 IMF 국난을 이겨냈듯이 AI 강국으로 가는 길도 국민이 함께해 달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펀드가 아닌 기부라 하는 편이 정확하지 않을까.
불투명성은 뉴딜펀드의 또 다른 약점이었다. 출시 한 해 뒤쯤 펀드를 판 자산운용사에 투자한 기업이 어딘지 취재한 기억이 난다. 담당자는 “돈 모아 사모펀드에 재투자하는 간접 형식이라 최종 투자처는 모른다”고 했다. 지적이 일자 당시 금융위원회는 “운용 보고서에 구체적 투자처를 공개하겠다”라고 밝혔지만 공시 자료에서 최종 투자처는 여전히 찾을 길이 없다. 투명성이라도 갖췄으면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 행사 때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을 호명해 마지막 발언을 맡겼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가 (국민성장펀드의) 40%를 지방에 투자하겠다고 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40%면 지난해 전체 지방교부세와 맞먹는 60조원이다. 뉴딜펀드도 35%는 지방에 썼다고 홍보했다. 글로벌 증권사 CLSA는 당시 ‘문 대통령, 펀드매니저로 데뷔’란 제목의 뉴딜펀드 분석 보고서를 내고 “펀드로 표를 얻고자 하면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정책 펀드가 지방 ‘표심’에 동원되는 일이 반복되려나 싶다.
뉴딜펀드와 다른 국민성장펀드의 특징은 150조원이라는 큰 몸집이다. 지난해 전체 벤처 투자 자금이 12조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규모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만 시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집권당이 만들었다가 용두사미로 끝난 관제 펀드를 키워 다시 내놓으려면, 면밀한 실패 분석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