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 달쯤 뒤에 ‘윤이 한 달여 동안 잘한 것’이란 내용의 글을 썼다. 대통령 취임 첫 달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아 잘한 일들을 꼽아 보았다. 여러 분에게 부탁해 들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모아본 결과 ‘이 대통령이 한 달간 잘한 일’은 꽤 많았다. 지금 여론 지지도가 60%를 넘나드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 첫 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인데 크고 작은 문제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평균 이상 점수가 되는 것 같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인사들이 중용됐다.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나타내 보였다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일 때 한일 관계를 정치적으로 활용했지만 사석에선 이제 친일파 논쟁 같은 건 그만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해병대가 NLL에서 실사격 훈련을 했을 때 필자는 다음 날쯤 대통령실에서 해병대를 질책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군대에 훈련은 생명이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백전백패한다. 새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았지만 그 즉시 살포 단체들을 면담했다. 첫 문민 국방장관 후보는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이 대통령의 안보관을 걱정했는데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중요한 법무장관, 민정수석에 온건 합리파를 기용했다. 국민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검찰 문제에 과격하게 접근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들리는 얘기로는 이 대통령은 검찰, 경찰, 공수처 문제에 대해 상당히 현실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극성 지지층이 들으면 실망할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논란 많은 방송법 처리에 부정적이라고 하고 기업이 우려하는 노란봉투법도 속도 조절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윤 정부 관료들도 가리지 않고 쓰고 있다. 능력이 안 되면서 정권에 기웃거리는 교수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기업인 발탁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권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을 준다. 필자가 만난 사람들 중 이 대통령 인사에 낙제점을 준 분은 한 명도 없었다.

국내 정치에서 이 대통령은 굿캅, 민주당과 특검은 배드캅을 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된 것 같다. ‘짜고 친다’고 할 수 있지만 이렇게 판을 깔아준 것이 윤과 국민의힘이다. 주목되는 것은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의 행보다. 사실 김 여사는 잘할 필요도 없고 김건희 여사와 반대 방향으로만 가면 성공한다. 첫 해외 방문 때 김 여사는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고 많은 사람이 느꼈다. 아직까지 김 여사 뒷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전 정권이 준 교훈과 이 대통령의 성격상 앞으로 대통령실에서 이른바 ‘여사 문제’는 없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이 한 달 만에 기자회견을 잡은 것, 예고 없이 기자실을 찾은 것, 언론사 대표들과 식사 간담회를 갖고 모두에게 발언 기회를 준 것 등도 윤 전 대통령과 반대 모습이다. 언론과 대통령은 결코 가까울 수 없다. 그러나 멀어서도 안 된다.

이 대통령은 탈원전과 원전 확대의 중간쯤에 서 있다. 그러나 현실과 숫자에 밝은 이 대통령이 원전 확대가 불가피한 시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 지지층 때문에 말을 못 할 뿐이다. 환경부 장관에 태양광·풍력 맹신론자를 지명했지만 동시에 산업부 장관에 원자로를 만드는 기업 사장 출신을 내정했다. 이 대통령 생각과 상관없이 한국은 원전 없이는 AI 시대에 낙후하고 추락한다. 원전 없이 기후 문제 대응도 불가능하다. 한국 정부가 탈원전이란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원전 수출도 끝난다. 이 명백한 사실들을 이 대통령이 알고 있다고 믿고 싶다.

이 대통령의 무난한 취임 한 달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포석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을 볼 때 이대로 가면 실제로 지방선거에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또 한 번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도 이 대통령의 눈은 지방선거를 넘어서 3년 뒤 총선까지 가 있을 것이다. 총선도 이기면 정권 재창출의 주요 고비를 넘는다.

이 대통령에게 선거 승리와 정권 재창출이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법 리스크는 대통령 임기 뒤 다시 이슈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자신의 방탄과 관련된 법안을 통과시키지 말라고 했다. 재판이 중단돼 어차피 실익도 없는 법안이지만 민주당의 과잉 충성을 막은 것이다.

이 대통령의 속마음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임기 중 공소 취소를 해도, 방탄법을 10개 아니 100개를 만들어도 실패한 대통령이 돼 선거에서 패하면 소용없다. 윤 전 대통령이 그런 세상사를 잘 보여줬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면 방탄법은 필요 없다. 이 대통령이 이 평범하고 상식적인 지혜를 받아들인다면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겨울이 오면 땅이 얼고, 봄이 오면 눈이 녹는다.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문제도 그런 순리를 따를 것이다.